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자궁과 난소의 건강뿐 아니라 월경 주기, 체중, 호르몬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월경이상은 배란장애나 호르몬 불균형의 신호일 수 있다. 또한 비만은 임신성 당뇨병과 임신성 고혈압 등 임신 중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임신 전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근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근종의 크기와 위치, 개수에 따라 임신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자궁 안쪽으로 돌출되는 점막하근종은 수정란의 착상 환경에 영향을 미쳐 난임이나 반복적인 유산과 관련될 수 있다. 자궁 근육층에 발생하는 근종도 크기가 크거나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경우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근종의 크기가 변하거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임산부에서는 근종으로 인해 조산, 태반 관련 문제, 태아의 위치 이상 또는 제왕절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근종이 있다고 해서 모든 임산부에게 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박정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초음파검사를 통해 근종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고, 임신 가능성과 치료 필요성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라며 “근종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임신 계획과 자궁의 상태, 근종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염증과 유착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한 생리통, 골반통, 성교통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난소에 자궁내막종이 발생하거나 난관과 주변 조직에 유착이 생기면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난소 기능과 난관의 움직임, 골반 내 환경 등에 영향을 미쳐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난소 자궁내막종이 있거나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난소 예비력의 감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증이 있는 여성에게 초기 유산이나 자궁외임신, 임신성 고혈압, 조산 등 일부 임신 합병증의 위험이 클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이런 위험이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자궁내막증이 있다고 해서 임신을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자궁내막증의 정도와 난소 기능, 나이,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궁내막증 치료에 사용하는 호르몬 약물은 임신 중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신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약물 복용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월경 주기가 지나치게 불규칙하거나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지고, 생리가 장기간 중단되는 경우에는 단순한 생리 변화로 생각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월경이상은 스트레스, 급격한 체중 변화, 과도한 운동, 다낭성난소증후군, 갑상선 질환, 고프로락틴혈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배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과 같이 배란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은 인슐린 저항성이나 비만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배란장애가 지속되면 임신을 계획할 때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임신 후에는 임신성 당뇨병 등 대사 관련 합병증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생리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빈혈은 피로와 어지럼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월경이상은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므로 생리 주기와 출혈량의 변화를 기록하고, 이상이 지속되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최근 출산연령이 올라가면서 폐경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폐경은 일반적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나타나며, 난소 기능이 감소하면서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현상이다. 배란이 중단되므로 자연 임신 역시 어려워진다. 다만 폐경 전 이행기에는 월경이 불규칙하더라도 배란이 일어날 수 있어서 임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폐경 전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안면홍조, 수면장애, 질 건조, 감정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골밀도 감소와 심혈관질환 위험 등 건강상의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박 교수는 “월경이 불규칙해졌다는 이유만으로 폐경이 시작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며 “임신 가능성은 나이, 난소 기능, 배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비만은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여성의 배란과 임신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에서는 배란장애와 난임이 심해질 수 있다. 임신 중 비만은 임신성 당뇨병, 임신성 고혈압, 전자간증, 제왕절개, 거대아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임신 전부터 체중과 혈당, 혈압을 관리하면 임신 중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임신 중에는 체중을 급격하게 줄이기보다 임신 전 체중과 임신 주수에 따른 적절한 체중 증가 범위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무리한 식이 제한이나 과도한 운동은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임신 전에 의료진과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