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추영우와 김소현이 고(故) 안판석 감독과 함께 완성한 ‘연애박사’로 서툰 청춘의 사랑과 삶을 그린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배우 추영우, 김소현, 김민석, 이창훈, 임진효와 스튜디오지니 김현정 EP가 참석했다. 제작발표회는 고 안판석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연애박사’는 병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수영선수의 꿈을 접은 로봇공학 박사과정생 박민재와 진로를 고민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등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과 ‘풀하우스’의 민효정 작가가 25년 만에 의기투합했다.
김현정 EP는 인물의 감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이야기를 작품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요즘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소비되는 시대에 인물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게 만드는 드라마”라며 “매회 감정적인 클라이맥스가 있어서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영우는 의족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박민재 역을 맡았다. 박민재는 새로운 꿈을 찾았지만 병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추영우는 “죽기 전 버킷리스트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연애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애를 배워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캐릭터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의족 사용자에게 도움도 받았다. 추영우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지인에게 촬영 전부터 의족 사용법과 걷는 법, 보관·관리 방법 등을 배웠다고 밝혔다. 신체적인 움직임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연애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김소현이 연기하는 임유진은 의류학과에서 뜻밖의 사건을 겪은 뒤 로봇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인다. 김소현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라며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EP는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이 계획한 길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두 인물이 만나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자기 길을 찾아가는지 주목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추영우와 김소현은 극 중 관계에 맞춰 서서히 호흡을 쌓았다. 추영우는 “동갑이지만 소현이가 저보다 한참 선배라 현장 안팎으로 많이 배웠다”며 “촬영 중반까지도 존댓말을 했다. 초반에는 유진과 민재 사이에 친밀함이 없어서 오히려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소현 역시 “동갑내기 상대를 만난 게 처음이어서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극 중에서는 제가 추영우를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거리감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잘 의지하면서 호흡을 만들어갔다”고 돌아봤다.

두 배우는 안판석 감독이 선보여온 멜로와 비교될 수 있다는 부담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추영우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캐릭터가 처한 상황, 저희의 원래 톤이 잘 맞았다”며 “개그 코드도 비슷하고 연기할 때 주고받는 호흡도 잘 맞았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얼굴합도 나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현은 “감독님의 전 작품들이 로맨스와 멜로로 사랑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만큼 저희만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을 계속 뛰어넘는 전개로 흘러가는 사랑이다. 단순히 20대 학생들의 사랑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가족과 연구실 구성원들도 극에 활력을 더한다. 김민석은 유진의 오빠 임유성을 맡아 솔직하고 개성 강한 인물을 연기한다. 그는 “따뜻함과 무례함의 경계선에 있는 인물”이라며 동생을 괴롭히는 듯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면모를 예고했다.

로봇 연구실을 이끄는 안재홍 교수 역의 이창훈은 “무난하고 원만해 보이지만 나름의 뾰족함과 치사함도 있다”며 “객관적이지 못한 입체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유진의 연구실 동기 김세진 역의 임진효는 “굉장히 똑똑하지만 어린아이 같고 옹졸하고 속 좁은 면도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배우들은 안판석 감독이 남긴 가르침과 현장에서의 기억도 나눴다. 공통으로 꼽은 것은 배우에 대한 신뢰와 솔직한 연기를 향한 주문이었다.
이창훈은 “머릿속에 그림을 갖고 계시지만 완성은 배우가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며 “세팅 전에 어디에 앉고 싶은지, 어떤 문으로 들어오고 싶은지 물어보시고 배우가 스스로 완성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임진효 역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셨다”며 “누군가에게 믿음을 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은 익숙해진 연기 방식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시청자에게 보일지 치밀하게 계산하시면서도 자유와 진실됨을 강조하셨다”며 “제 안의 틀을 많이 깨주셨다. 아예 땅부터 다시 다지는 과정을 겪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이제 유진이가 됐네’라고 해주셨을 때 너무 기뻤다. ‘이래서 배우를 하는 거지’ 싶었다”며 고인을 “연기의 즐거움을 다시 알려주신 스승님”으로 기억했다.

추영우는 감독의 칭찬이 큰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존경하는 어른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받으니 엄청난 힘이 됐다”며 “현장에 계신 분들과 감독님을 조금이라도 실망시키기 싫어서 어떤 작품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 멋진 어른이고 빛나는 분이다. 지금은 많이 보고 싶은 분”이라며 “앞으로도 배우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분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정 EP는 편집실에서도 배우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추영우가 현재의 대학원생을 생생하게 표현한 데 감탄했고, 김소현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국 드라마를 이끌 배우가 될 것이라며 칭찬했다는 설명이다. 임진효는 대본 작업 단계부터 김세진 역으로 염두에 뒀을 만큼 감독의 신뢰가 깊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자극적인 사건보다 일상과 감정에서 나오는 공감이 시청자에게 닿기를 바랐다. 추영우는 안판석 감독이 시청자의 시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이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큰 울림을 준다고 하셨다. 우리의 연애와 삶을 많이 닮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은 “삶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며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청률 10% 달성 공약으로는 축가를 내걸었다. 추영우는 “10%를 넘으면 시청자 중 한 분을 뽑아 일정이 맞으면 다 같이 가서 축가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EP는 극 중 추영우가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 배우들과 축가 공약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연애박사’는 5일 오후 10시 ENA에서 첫 방송되며 지니 TV와 디즈니+에서도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