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도 "미국 기관 스테이킹 250억달러"…P2P.org "한국 금융권 PoC 넘어 실행 단계"
토스·카카오페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모두 검토…AI 결제·해외송금 주목
빗썸 "국내 거래 스테이블코인, 해외 투자용 환전 수단"…KSNET·라인 넥스트 실사용 과제 공유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기관투자자의 온체인 금융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제 명확성과 실제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결제 기업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함께 검토하면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결제와 해외 송금 등 새로운 활용처 확보에 주목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CODED@KBW'는 옵티멈(Optimum), 구글 클라우드, 포필러스(Four Pillars), 라인 넥스트(LINE NEXT), 아우로스(Auros)가 공동 주최한 행사다. 한국블록체인위크(KBW) 기간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국내 금융·결제 사업자들이 모여 기관 금융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AI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프라는 성숙했지만 규제가 문제"…한국 기관 진입 장벽 지적

첫 번째 패널은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What It Takes to Push Adoption)'을 주제로 진행됐다. 켄트 린 옵티멈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회를 맡았으며, 리도(Lido), 피그먼트(Figment), 이더파이(ether.fi), 스테이크피시(stake.fish)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케네스 림 피그먼트 아시아태평양 기관사업 담당자는 규제 명확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아시아 국가마다 디지털자산 규제 수준이 다르며, 대형 금융기관이 스테이킹 시장에 진입하려면 자산 수탁 관련 제도가 먼저 명확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이크 실라가제 이더파이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수익률이 낮아진 만큼 투기적 서비스를 넘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윌 섀넌 리도 노드 운영 총괄은 기관용 블록체인 인프라가 이미 상당 부분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12개월간 미국에서 약 250억달러 규모의 기관 스테이킹이 이뤄졌다"며 "이 가운데 약 55%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기업 비트마인 한 곳에서 발생했으며, 블랙록과 피델리티, 그레이스케일 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금융기관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직접 보유와 관련 상품 제공을 위한 규제 환경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라가제 CEO 역시 한국 개인 이용자들의 관심을 확인했지만 규제 불확실성으로 사업 확대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마치 램 스테이크피시 사업개발 디렉터는 스테이킹 상품을 기존 금융기관의 유통 채널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2P.org "한국 금융권 PoC 넘어 실행 단계"…기관 인프라 신뢰성 강조

두 번째 패널은 '기관의 온체인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What Really Blocks Institutions Onchain)'을 주제로 진행됐다. 정재환 포필러스 공동창업자 겸 밸리데이터 총괄이 사회를 맡았으며, 뮤리엘 메다르 옵티멈 CEO, 저스틴 리 P2P.org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담당자, 클로이 투 아우로스 사업개발 디렉터가 참여했다.
저스틴 리 담당자는 한국 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이 기술검증(PoC)을 넘어 실제 서비스 연동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P2P.org 역시 스테이킹 서비스 연동을 확대하고 국내 디지털자산 취급 기관을 위한 보고 체계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관용 인프라는 개인키 관리와 24시간 운영 감시, 자동화된 보고·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외부 검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로이 투 디렉터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를 하나의 유동성 체계를 구성하는 참여자로 바라봐야 한다며, 대규모 기관 주문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려면 거래 지연과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뮤리엘 메다르 CEO도 거래 속도뿐 아니라 지연 시간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데이터 전송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서구권 기관들이 규제 승인과 운영 위험을 중시하는 반면 아시아는 실제 거래 수요와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스틴 리 담당자는 올해 KBW 부대행사에서 금융기관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가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시장 참여자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스·카카오페이 "발행·유통 함께 검토"…AI 결제·해외 송금 주목

세 번째 패널에서는 국내 금융·결제 기업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준비 현황이 공개됐다. 이지미 구글 클라우드 웹3 담당 매니저의 사회로 허원영 토스 기업개발팀장, 엠제이 김 카카오페이 스테이블코인 테크 TF 리더, 김동현 BDACS 전략팀 관계자가 참여했다.
카카오페이는 그룹 차원과 별도로 자체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발행·유통과 기존 서비스 내 도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스도 그룹 차원의 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초 블록체인 전담팀을 신설해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DACS는 조직과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고 자체 테스트 토큰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국내 결제 인프라가 이미 고도화돼 있어 단순한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허원영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서만 가능하거나 기존 금융 경험의 분절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며 디지털자산 간 결제와 AI 에이전트 결제를 새로운 활용처로 제시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해외 송금과 AI 에이전트 결제에 주목했다. 엠제이 김 리더는 서로 다른 디지털 지갑 간 송금과 해외 핀테크 기업으로의 자금 전송 등을 예시로 들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AI 에이전트의 결제 한도와 권한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상품처럼 차별화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도 가능하다고 봤다.
발행과 유통에 대해서는 두 영역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허 팀장은 발행 단계에서는 준비자산과 상환 구조,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유통 단계에서는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엠제이 김 리더도 "사용처가 많아져야 유통이 늘고 유통이 늘어야 발행도 확대된다"며 두 영역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네트워크나 지갑 주소를 일일이 선택하지 않고 기존 원화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관심도 단순 보관에서 수익 창출과 담보대출 등 자산 활용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제도 정비가 지연될 경우 해외 사업자가 국내 기업보다 먼저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빗썸 "해외송금 활용 가능성 주목"…KSNET·라인 넥스트, 결제 상용화 과제 제시

마지막 패널은 '스테이블코인과 현장에서 본 진짜 수요'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서현 서프 AI 한국 총괄이 사회를 맡았으며, 벤지 김 라인 넥스트 디렉터, 남승진 빗썸 B2B 영업총괄, 김성현 KSNET 블록체인사업팀장이 참여했다.
김성현 팀장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 과정에서 네트워크별 수수료와 지갑 연동 비용, 환불 시 가스비 부담, 원화 정산 이후 거래 처리 등 운영상 과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이 새로운 결제 수단을 도입할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SNET은 크립토닷컴과 업무협약을 맺고 결제 연동을 마쳤으며 현재 금융당국과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승진 실장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실생활 결제보다 해외 투자에 접근하기 위한 환전 수단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거래소나 해외 투자상품을 이용하기 위한 디지털 달러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인 시장에서는 해외송금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며, 기업들이 단순히 빠르고 저렴한 송금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를 통한 합법적이고 투명한 자금 이전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회계처리와 자금 출처 증빙, 내부통제 등을 충족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개정 외국환거래법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개정법은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업무에 대한 사전 등록 및 보고 체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남 실장은 "의무만 생기고 권리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제도 변화가 향후 거래소를 통한 무역대금 결제와 기업 해외송금 사업으로 확대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존 은행 송금 대비 비용과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벤지 김 디렉터는 스테이블코인 지갑 '유니파이(Unifi)'에서 확인한 국가별 수요 차이를 소개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예치와 수익 창출, 일본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는 결제, 인도네시아 루피아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간편한 충전 경험이 대중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JPYC는 은행 계좌를 등록하고 자금을 보내면 지갑이 충전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다른 국가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결제와 관련해서는 사용량에 따라 소액을 자동 결제하는 x402 방식도 새로운 활용 사례로 제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관의 온체인 금융 진입을 위한 규제와 인프라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실제 결제 과정의 운영 문제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 기업들은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실질적인 이용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