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 뒤집었더니 또?…판정 뒤집은 순간들 [아시안게임]

입력 2026-09-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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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은 대한민국 대표팀 김시온,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가 트랙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은 대한민국 대표팀 김시온,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가 트랙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메달 표시는 없었는데요. 한국 육상 남자 계주팀은 예선에서는 결승행을, 결승에서는 메달을 확인해야 했죠. 트랙 위에서 달리는 것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일도 숨 가빴습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판정 이후의 승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혼성 계주에서는 다른 팀과 충돌한 한국이 홀로 트랙을 다시 달렸고, 배드민턴에서는 안세영이 항의했지만, 판정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항의가 받아들여져 다시 기회를 얻은 선수도, 바뀌지 않은 판정을 안고 경기를 이어간 선수도 있었죠.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격은 뒤집었지만…동메달은 다시 확인해야 했다

한국 팀의 첫 고비는 27일 남자 400m 계주(4×100m) 예선이었습니다. 김시온(국군체육부대),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가 이어 달린 한국은 예선 2조에서 39초33으로 4위를 기록했는데요. 결승 진출을 기대하던 순간, 기록 옆에 실격을 뜻하는 ‘DQ’가 붙었죠. 첫 주자 김시온이 두 번째 주자 조엘진에게 배턴을 넘길 때 인계 구역을 벗어났다는 판정이었습니다.

판정의 핵심은 배턴이 어디에서 전달됐느냐였는데요. 세계육상연맹 기술규칙 24.7은 다음 주자가 배턴에 처음 손을 대는 순간부터 그 주자만 배턴을 쥐게 되는 순간까지를 인계 과정으로 봅니다. 이 과정이 정해진 구역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구역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은 배턴의 위치죠.

대표팀은 곧바로 영상을 제출하며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대한육상연맹의 첫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후 상소 끝에 실격 판정이 뒤집혔죠. 한국은 기록을 인정받아 전체 7위로 결승 출전권을 되찾았습니다. 한국의 실격으로 결승행 막차를 탔던 스리랑카의 출전도 유지되면서 결승에는 9개 팀이 나섰는데요.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메달 시상식.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서민준(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로가 기뻐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43의 한국 신기록으로 중국(38초17), 대만(38초32)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연합뉴스)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메달 시상식.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서민준(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로가 기뻐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43의 한국 신기록으로 중국(38초17), 대만(38초32)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연합뉴스)

트랙에 한국만 남았다…다시 달릴 기회가 돌아온 이유

28일 결승에서는 김시온 대신 서민준(서천군청)이 첫 주자로 나섰습니다. 한국은 38초43으로 종전 한국 기록을 0.06초 앞당기며 중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죠. 실격으로 끝날 뻔했던 대회가 한국 신기록과 동메달로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기쁨을 나누던 대표팀은 결과를 다시 확인해야 했는데요. 대회 홈페이지와 메달리스트 공지에 네 번째로 들어온 태국이 동메달리스트로 표시된 겁니다. 대표팀이 항의한 뒤에야 조직위는 한국을 동메달리스트로 다시 발표했죠. 하 감독은 “조직위원회에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가 떴다”고 밝혔는데요.

한국은 예선과 결승에서 두 차례 결과를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예선에서는 배턴 인계에 대한 심판 판정이 재검토됐고, 결승 뒤에는 메달리스트 공지가 수정됐죠. 다만 결승에서 한국 대신 태국이 동메달리스트로 발표된 경위에 대해서는 대표팀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28일 혼성 400m 계주 예선에서 한국은 항의 끝에 재경기 기회를 얻었는데요. 서민준, 서지현(진천군청), 김시온, 김주하(시흥시청)가 나섰지만, 인도 선수가 미끄러지며 발생한 충돌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고 실격 판정을 받은 뒤였죠.

세계육상연맹 규칙은 충돌이나 방해로 경기력이 크게 영향을 받은 선수·팀에 재경기나 다음 라운드 출전을 허용하는데요. 한국은 이날 경기 일정이 끝난 뒤 홀로 다시 달렸고, 그 기록을 다른 팀들의 예선 기록과 비교해 결승 진출 여부를 가렸습니다. 결국, 서민준은 남자 계주 결승에 이어 다시 트랙에 섰죠. 한국은 42초79를 기록했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나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전광판에 대회 홍보 문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나흘 앞둔 15일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전광판에 대회 홍보 문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항의는 30분 안에…판정을 바꾸는 근거는

세계육상연맹 기술규칙 8조에 따르면 선수나 팀의 공식 대표자 등은 공식 결과 발표 뒤 30분 안에 심판장에게 구두로 항의할 수 있는데요. 심판장은 공식 촬영 영상 외에 다른 영상 증거도 검토하죠.

심판장의 결정에 불복하면 상소위원회에 서면으로 상소할 수 있는데요. 수정된 결과 발표나 항의 결정 통보 뒤 30분 이내에 제출해야 하며, 100달러 상당의 보증금이 필요합니다. 상소가 기각되면 보증금은 몰수됩니다.

상소위원회는 설명과 증거를 검토하되,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으면 심판장의 판단을 유지하는데요. 한국 남자 계주팀은 첫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에도 상소를 이어갔고, 재검토 끝에 실격 판정을 뒤집었죠.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안세영이 태극기를 두른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안세영이 태극기를 두른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뒤집힌 실격, 유지된 판정…항의의 결과는 달랐다

29일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안세영(삼성생명)의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첫 게임 1-2로 뒤진 상황에서 네트 앞 공격을 시도했지만, 심판은 라켓이 상대 코트를 침범했다며 야마구치 아카네의 득점을 선언했죠. 안세영은 이후 2-0으로 승리하며 여자 단식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규칙은 자신의 코트에서 셔틀콕을 처음 친 뒤 이어지는 스윙이 네트를 넘어가는 것은 허용하는데요. 최초 타격 위치가 중요합니다. 다만 배드민턴의 영상 판독 챌린지는 셔틀콕의 인·아웃 판정에 적용돼, 이런 네트 앞 동작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죠.

다른 종목에서도 항의는 이어졌습니다. 26일 남자축구 8강에서 북한 선수들은 일본의 결승골에 앞서 반칙이 있었다며 득점 취소와 VAR 판독을 요구했는데요. 그러나 이번 대회는 준결승부터 VAR을 운용해 해당 장면을 다시 판독할 수 없었고, 득점은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27일 여자 멀리뛰기에서는 인도육상연맹이 샤일리 싱의 6m41 기록에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착지 지점을 잘못 측정했다는 주장이었지만, 상소위원회는 영상을 검토한 뒤 기존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인도 측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죠.

판정이 바뀌어도 결승 진출자는 그대로인 경우도 있었는데요. 21일 여자 전통 MMA 60㎏급 준결승에서 인도의 수치카 타리얄은 항의 끝에 패배 판정을 무승부로 바꿨죠. 하지만 무승부 때 체중으로 승자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계체량 당시 700g 가벼웠던 싱가포르의 테오 후이훈이 결승에 올랐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박태환의 실격 번복, 미국 계주의 단독 재경기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박태환도 항의로 결승 출전권을 되찾았는데요. 7월 28일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됐지만, 대한수영연맹은 국내 방송사가 촬영한 출발 영상을 확보해 재심을 요청했죠. 당시 국제수영연맹(FINA)은 상소위원회의 검토와 기술위원회의 권고를 거쳐 결승 출전을 허용했고, 박태환은 은메달을 땄습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판정 번복으로 다른 팀의 메달 색깔까지 바뀌었는데요. 9월 22일 여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1위 중국의 장빈빈이 사후 장비 검사로 실격되자 한국은 동메달에서 은메달로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고의성이 없었다며 항의해 실격 판정을 뒤집었고, 중국은 금메달을, 한국은 다시 동메달을 받았죠.

이번 한국 혼성 계주처럼 홀로 다시 달린 사례도 있는데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4×100m 계주에서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는 브라질 선수의 방해로 배턴을 떨어뜨렸죠. 미국은 항의 끝에 단독 재경기를 치렀고, 41초77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결승에서는 41초01로 금메달까지 따냈습니다.

결과는 바로잡혔지만, 설명은 남았다

한국 남자 계주팀은 실격 판정을 뒤집고 결승에 올라 한국 신기록을 세웠는데요. 그러나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동메달 공지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항의해야 했죠. 메달은 결국 한국에 돌아왔지만, 대표팀은 4위 태국이 동메달리스트로 발표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메달 집계 오류와 수송 차질은 다른 종목에서도 발생했는데요. 수영에서는 계영 800m에 출전하지 않은 김영범(강원특별자치도청)이 동메달리스트로 표기됐죠.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은 버스 안내 실수로 엉뚱한 경기장에 도착해 예정된 훈련을 하지 못했는데요. 경기 준비부터 결과 확인까지, 선수단이 운영 오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죠.

38초43의 한국 신기록은 선수들이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 밖에서도 대회 운영의 빈틈을 감당한 셈인데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 과정을 뒷받침하고, 그 성과를 정확히 기록하고 알리는 일은 조직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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