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중처법’ 예측가능성 높인 양형기준안

입력 2026-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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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력 없지만 형량판단 기준 제시
사망 시 징역 10월~15년형 폭넓어
재발방지 위한 조치땐 감경 주목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9월 21일 개최된 제148차 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양형기준안(이하 ‘기준안’)을 심의하고 공개하였다. 이는 지난 5월 열린 제145차 회의에서 기존의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에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중 중대산업재해 범죄의 양형기준을 추가하기로 한 뒤에 진행된 심의 결과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적 기준이어서 법원이 반드시 양형기준에 따라서만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관은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하고,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제81조의7). 따라서 실무상 양형기준이 권고하는 형량범위 내에서 양형을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판결례가 쌓여가면서도 양형기준의 부재로 인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양형을 예측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양형기준안 제시로 법원의 양형 판단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2026년 3월 11일자 필자 칼럼 “‘중처법’ 양형기준을 위한 열쇠들” 참조).

이번 기준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의 권고 형량범위를 제시하였다. 둘째, 중대재해 범죄의 형량을 정하는 양형인자와 집행유예 기준을 정하였다.

먼저 이번 기준안이 제시한 권고 형량범위는 아래 표와 같다.

▲중대산업재해 범죄 확정 후 5년 이내에 다시 중대산업재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형량범위의 상한과 하한을 1.5배 가중.
▲중대산업재해 범죄 확정 후 5년 이내에 다시 중대산업재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형량범위의 상한과 하한을 1.5배 가중.

권고 형량범위는 위의 표에서 기본 영역을 기준으로 하되, 가중요소나 감경요소가 있는 경우에 가중 또는 감경 영역의 형량범위를 적용하게 된다.

이처럼 형량범위의 감경·기본·가중 중에 어떤 영역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데 고려되는 요소를 ‘특별양형인자’라 하고, 결정된 영역 안에서 선고될 형량을 조정하는 데 고려되는 요소를 ‘일반양형인자’라고 한다.

이번 기준안에서는 사망 사고의 경우에 기본 영역의 형량을 징역 1년 6월로 정하였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형의 하한인 징역 1년이나 지금까지 선고된 평균 형량인 13.98월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가중 영역의 상한은 징역 10년이나,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가중 영역 상한인 10년의 1.5배를 가중하여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기준안에 따르면 사망 사고의 경우에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에 대하여 짧게는 징역 10월에서 길게는 징역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다음으로 기준안이 제시한 양형인자 및 집행유예 기준은 △사고 발생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피해자의 과실),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피해자 측과의 합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경우,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 등이다. 재발방지조치를 제외한 나머지 양형인자는 특별양형인자로서, 형량범위를 감경 또는 가중 영역으로 정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에 재발방지조치는 일반양형인자이기는 하나 집행유예 기준에서 주요 긍정사유로 정하였다. 단, 재발방지조치가 감경요소나 집행유예 사유로 인정되려면 단순한 재발방지 다짐이나 규정·매뉴얼의 문언 정비 등으로는 부족하고, ‘재해 원인 조사를 거쳐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제거·대체 및 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함으로써 동일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의 개선에 이른 경우’여야 한다. 즉, 선언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위험성평가)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여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집행유예 사유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기준안에 따르면, 기존의 과실치사상죄나 산업안전보건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측과의 합의(처벌불원)나 피해자의 과실 등 사고 발생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가 형의 감경에는 여전히 중요하다. 나아가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조치가 병행되어야 형의 감경은 물론,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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