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정부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입력 2026-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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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수익 낸 SK 리밸런싱 지속
나랏돈은 성장동력 확충에 얼마나
‘미래 기금’도 경쟁력 강화에 써야

천문학적 이익을 내고 있는 SK그룹이 2024년부터 추진해 온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에 올해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7월에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지분 약 70.6%를 2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8월 말에는 적자가 누적된 배터리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SK이노베이션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7, 8월 두 달간 8건의 구조조정을 행했다.

SK그룹의 리밸런싱은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구조조정이다.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피로감도 없이 최근에는 그 강도를 더욱 높였다. 총 차입금은 리밸런싱 직전인 2023년 말 121조5000억원에서 2025년 말 109조2000억원으로 약 12조3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45.7%에서 103.0%로 개선됐다.

리밸런싱이 효과를 본 데는 방향성이 분명했고 실행이 과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원칙에 딱 들어맞는다.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AI인프라’와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 명제에 부합하지 않으면 알짜 자산도 정리하는 과감한 실행을 한 덕분이다. 마치 외환위기를 앞두고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다”라며 음료, 식품 등 그룹의 알짜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한 두산그룹을 연상시킨다. 덕분에 두산은 중공업 전문 그룹으로 환골탈태의 도약을 시현할 수 있었다.

재무구조의 개선효과는 수익에도 반영됐다. 리밸런싱을 시작한 2023년 SK그룹의 순이익은 6600억원으로 1조원이 채 되지 못했다. 같은 해 삼성이 43조원, 현대차가 20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에 비교해 보면 그룹의 수뇌부가 생존을 담보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 이해된다. 2025년 삼성 49조원, 현대차 15조원의 수익을 보면 SK의 리밸런싱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각에서는 리밸런싱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수뇌부는 압도적 실적을 내며 그룹의 성장축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구조조정을 전 계열사에 정착시켜나갈 의지다. 구조조정의 명분은 위기였지만 완성은 끊임없는 진행형임을 SK그룹은 실증해 보이고 있다.

반도체 특수로 곳간이 여유롭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총 지출예산은 820조9000억원, 지난해 보다 93조원, 12.8%나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 국가 채무비율은 48.3%로 낮춰진다. 비결은 세수, 반도체발 나비효과로 법인세가 115조원, 소득세가 42조원이나 더 걷힌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에서 가장 큰 특징은 ‘미래대응기금’의 신설이다. 호황기 세수를 적립해 미래 불황기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총 162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는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빚부터 갚기 시작했다. 적립이 시작된 것은 1990년 설정 이래 6년이나 지난 1996년 5월부터였다. 순외채가 제로(0)가 된 때였다. 첫기금 3억달러는 지금 2조4000억달러로 불어 세계증시 시가총액의 1.5%에 달하는 최대 국부펀드로 커졌다.

우리는 내년 부채 감소에 쓰이는 돈이 1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국가채무가 1500조원을 향하고 있고, 그중 70% 이상은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성 채무인데도 너무 소극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잘못 벤치마킹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세대 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원금은 꼭 지키고 예산전입은 총자산의 4% 내에서만 가능한 재정준칙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의 미래대응기금은 성장동력확충에 쓰는 돈이 14조원에 불과하고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재량집행규모는 30%나 된다. 청년, 지방, 교육 같은 지출은 명분이 있으나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동학혁명의 후손들에게 연금형 수당을 주고 지방자치단체의 숫자(226개)보다 더 많은 전국의 출렁다리 숫자(250개)를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돈이 없어 반도체 회사에 5년 전기료를 선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면 근원적 경쟁력의 제고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르웨이에 ‘석유’라는 횡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반도체’라는 횡재가 찾아왔다. 노르웨이가 바다에서 ‘석유’를 찾았다면 우리는 땅 위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다. 한 세대 이상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더 절제하고 합리적으로 써야 할 돈이다. 민간만큼 정부도 구조조정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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