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안부를 묻는 사람이 고맙다. 함께 여행하며 좋은 풍경을 보고, 차 한 잔 앞에 놓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 좋다. 특히 내게는 서예를 통해 만난 벗들이 있다. 좋은 글을 만나면 서로 권하고 전시장을 함께 찾으며, 작품 한 점을 앞에 두고 한참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함께 바라볼 게 있다는 것은 나이 들어 누리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논어’에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군자이문회우 이우보인·사진)이라 했다. 군자는 글과 학문으로 벗을 만나고, 벗을 통해 자신의 인(仁)을 이룬다는 뜻이다. 좋은 벗은 즐거움만 나누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삶을 조금씩 깊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추사 김정희와 이상적의 인연이다. 제주에 유배된 추사에게 이상적은 변함없이 귀한 책을 보내주었다. 추사는 그 마음에 감동하여 ‘세한도’를 그려주며 ‘논어’의 뜻을 빌렸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변함없이 푸름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좋을 때보다 어려운 때에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는 뜻일 것이다.
돌아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인생의 ‘세한’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인지 모른다. 젊은 날에는 미처 몰랐던 함께 웃어주는 사람,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고맙고, 새로운 것을 얻는 기쁨보다 이미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 많아진다.
이제는 곁에 있는 벗들과 얼마나 따뜻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한다. 함께 여행하고, 좋은 글을 권하고, 서로의 작품을 바라보며 그렇게 천천히 늙어가고 싶다.
인생의 계절이 깊어갈수록 함께 바라볼 것이 있는 벗 몇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넉넉한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