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합 시 시장 활성화
책임소재·도구여부 등 합의 찾아야

“다음 주 싱가포르 여행을 위해 100만원 내에서 항공권과 호텔을 결제해 줘.”
AI가 단순한 검색이나 추천을 하던 것을 넘어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주문·결제하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여기에 국경을 초월하여 즉각적인 정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인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미국의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결제 프로토콜 x402에서는 2026년 7월 중순 기준 직전 30일간 약 7500만 건, 2400만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국내 또한 신한카드가 마스터카드와 함께 AI 에이전트 페이 실거래 테스트에 성공했으며, 쿠팡은 우리은행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및 실시간 정산 기술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이와 같이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법적 쟁점이 문제가 될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쟁점은 AI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거래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아마존과 퍼플렉시티의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이 사례에서 아마존은 퍼플렉시티가 제공하는 AI를 통해 아마존 쇼핑몰에 접속하는 행위가 ‘컴퓨터 사기 및 남용 방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서비스 이용약관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퍼플렉시티는 소비자가 선택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위와 같은 AI의 사용은 해당 AI가 독립적으로 아마존에 접속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아마존에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아마존의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위 법원은 이용약관을 통해 AI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하면서, 약관을 통한 접근 제한까지 막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고객과 쇼핑몰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로서,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쇼핑을 위해 AI를 통한 검색 및 주문을 늘리고 싶어할 것이나, 쇼핑몰 입장에서는 AI가 광고나 추천 경로를 우회하거나 대량·반복 접속으로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무제한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티켓 예매 등 초를 다투는 구매 경쟁에서 AI 사용이 공정성을 해친다는 주장도 타당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쟁점은 쇼핑몰이 자신의 영업이 방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고객의 AI를 통한 접근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형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AI를 활용한 거래 시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AI를 통한 거래에서 AI의 지위를 단순히 도구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재량적 판단에 따른 거래 수행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법상 대리인에 준한다고 보아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 AI는 원칙적으로 도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되 그 구체적 사정에 따라 대리 법리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한편 AI를 통한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살펴보면, 이용자가 AI에게 적절하게 주문해서 정상적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거래에 따른 효과를 이용자에게 반영해도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AI가 이용자의 지시를 잘못 이해해서(예를 들어 10만원을 100만원으로 잘못 이해하여 거래를 체결한 경우) 이용자의 기대와 다른 거래를 행한 경우에는 누가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된다.
필자는 이 경우 해당 거래에 대한 책임은 AI라는 도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용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물론 착오 등을 이유로 거래를 취소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해당 거래가 AI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AI를 통한 거래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인정할 만한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AI 내부적 오류로 인해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이용자는 AI 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쇼핑몰에서 악의적인 프롬프트를 삽입하는 등 잘못된 거래를 유도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쇼핑몰이 책임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아직 에이전트 커머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태이나,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등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위와 같은 쟁점들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