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임채운의 경영직설] ‘정년연장’ 신호탄 올린 현대차 노조

입력 2026-08-28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입법화시 임금조정 없이 즉시 적용
생산성 향상없어 인건비 가중 뻔해
글로벌 무대 경쟁력 유지할지 걱정

현대자동차 노사가 교섭 111일 만인 이달 25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21일 하루 동안 전면파업에 돌입해 울산·아산·전주 3개 공장의 가동이 16시간 동안 중단되었다.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추는 전면파업이 현대차에서 발발한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협상 안건으로 기본급 및 상여금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 정년연장을 제시했다. 노조의 요구안은 하나 같이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서 회사측이 재량으로 수용하기 가장 어려운 핵심 쟁점은 새롭게 등장한 정년연장이다.

현재 현대차는 정년퇴직한 직원을 최대 2년간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노조는 아예 정년을 만60세에서 만65세로 늘려 달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었지만, 반대여론을 의식해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정년연장을 현대차 노조가 먼저 관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가 노조의 압박에 굴복해 정년연장을 도입하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대차로서는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정년연장의 법제화가 이뤄지면 보충교섭을 열어 시행시기와 임금피크제(연차별 임금삭감)를 논의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차 노사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전면파업을 포함한 누적 파업 시간은 총 60시간에 이르며, 생산 차질 규모는 5만5200대, 매출손실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완성차의 생산 중단에 의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1·2·3차 협력사의 손실을 더 하면 파업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격렬한 갈등을 거치며 밀고 당기는 교섭 끝에 노사가 합의한 잠정안에 정년과 관련해서는 법률이 개정되는 시점에 정년연장을 즉시 시행하며 현행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담겨 있다. 법정정년이 연장돼도 임금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법정정년을 단일 노조가 임단협 안건으로 올려 전면파업까지 감수하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친 방식이 껄끄럽기만 하다. 정년연장이 파업을 불사할 만큼 정당한 쟁의대상이 되는지도 의문이며, 전면파업으로 인해 회사와 공급망 전반에 발생한 손실은 누가 책임지는지도 궁금하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반도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투쟁에서는 정부가 전면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개입했지만, 그 직후의 현대차 노사분쟁에 대해서는 정부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소식이 안 들린다. 이전에 자동차 노조가 전면파업을 예고하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여론의 관심이 쏠리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했던 것과는 비교해도 너무 조용히 넘어갔다. 난국에 빠진 정년연장 문제를 현대차 노조가 앞장서 구원병으로 총대를 메었기 때문에 살짝 손놓고 방치한 듯한 느낌도 든다.고령화 시대에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임금체계와 인건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법정정년만 연장하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클 것이 우려된다.

생산성 향상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현대차의 올해 잠정협상안에 따른 임금 인상효과는 조합원 1인당 4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피크제를 확대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해 60세 이상에게도 매년 임금인상을 적용한다면 인건비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이런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며 원가 경쟁력을 가질 기업은 드물다. 당연히 인건비 관리와 인력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신규채용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총액인건비가 엄격히 통제받는 공공기관은 정년연장과 신규고용이 상충될 수밖에 없다. 정해진 총액 한도 내에서 정년이 연장된 고참 직원들의 고액연봉을 지불하려면 신입 직원의 임금을 깎거나 채용을 줄여야 한다.

정년연장이 신규채용을 줄인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현대차 노사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신규 인원 500명을 충원하기로 합의했다. 참, 별 이상한 일이다. 노조가 임금인상에 더해 정년연장뿐 아니라 신규채용까지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니. 어느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취하는 노조의 힘, 절절히 실감 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빙하 붕괴가 마을 삼켰다…네팔·티베트 대홍수, 392명 사망·1468명 실종
  • 삼성전자, '갤럭시 S26 FE' 공개⋯104만5000원ㆍAI 기능 강화
  • SK하이닉스, 美 인디애나 HBM 거점 첫삽…2029년 ‘메이드 인 USA’ 양산
  • 태풍 '사우델' 중국 상륙 임박…'아타우' 이어 새 태풍 '방랑' 예상 경로
  • 엔비디아 어닝 서프에 '감동’···거래대금 반토막 K증시 돌아올까
  • 반등한 국제 금값…국내 금시세는?
  • 시장은 '잭슨홀' 워시 발언 관망 중⋯"1380원 지지 테스트"[환율전망]
  • 장미란 씨 실종신고 허위 종결이 키운 '제주 괴담'
  • 오늘의 상승종목

  • 08.28 13:1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0,403,000
    • +1.12%
    • 이더리움
    • 3,443,000
    • -0.32%
    • 비트코인 캐시
    • 365,200
    • -1.08%
    • 리플
    • 1,974
    • +1.33%
    • 솔라나
    • 147,700
    • +5.27%
    • 에이다
    • 289
    • -0.69%
    • 트론
    • 469
    • +1.08%
    • 스텔라루멘
    • 255
    • +0.3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120
    • -1.45%
    • 체인링크
    • 16,210
    • +1.57%
    • 샌드박스
    • 51.15
    • +7.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