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의 귀환, 복잡한 시선들 [해시태그]

입력 2026-08-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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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의 귀환, 복잡한 시선들 [해시태그]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의 귀환, 복잡한 시선들 [해시태그]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돌아온 왕자. 6년 전 왕실과 거리를 두고 미국으로 향했던 영국과 영연방 왕국의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가 아내 메건 마클, 두 자녀와 함께 다시 영국 땅을 밟았습니다. 떠날 때만큼이나 이번 귀환을 둘러싼 시선도 복잡한데요. 분명한 것은 해리가 돌아온 곳은 영국이지, 왕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해리 부부와 아치 왕자, 릴리벳 공주가 이날 영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가족이 탄 전용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밴나이스를 출발해 이날 낮 버밍엄공항에 착륙했죠. 가디언도 같은 날 가족의 도착 사실을 전했죠.

정확한 새 거처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족은 왕실 소유가 아닌 런던 외곽의 민간 주택에서 생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치와 릴리벳은 9월부터 영국 학교에 다닐 예정이죠. 다만 미국 몬테시토 자택도 유지하며 왕실 공식 업무에는 복귀하지 않습니다.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당시 약혼녀였던 메건 마클이 2018년 4월 25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안작 데이’ 추모·감사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당시 약혼녀였던 메건 마클이 2018년 4월 25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안작 데이’ 추모·감사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제 확인됐지만 왜 지금 돌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할지는 여전히 당사자의 설명 없이 남아 있는데요. 왕실을 떠난 과정부터 미국에서 이어진 폭로와 사업, 윌리엄 왕세자와의 갈등까지 지난 6년을 생각하면 이번 귀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단순할 수 없죠.

해리와 메건은 2020년 1월 8일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국왕을 보좌하는 일부 업무와 독립적인 수익 활동을 병행하는 방안을 원했는데요. 왕실과의 협의 끝에 공식 업무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캐나다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리가 왕자 신분과 서식스 공작 작위까지 포기한 것은 아닌데요. 왕자는 출생에 따른 왕족 신분이죠. 서식스 공작은 2018년 결혼 당시 엘리자베스 2세가 수여한 귀족 작위인데요. 왕위 계승권 역시 왕실 공무 수행 여부가 아닌 법률과 혈통에 따라 결정됩니다. 해리는 현재 윌리엄 왕세자와 그의 세 자녀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 5위죠.

대신 국왕을 대신하는 공식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물러났고 왕실 공무에 사용되는 공적 지원도 받지 않게 됐습니다. 해병대 총사령관을 비롯한 명예 군 직책과 왕실 후원단체 직책도 반납했죠. ‘전하’를 뜻하는 HRH 호칭은 박탈된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요.

버킹엄궁은 2020년 1월 18일 해리 부부가 왕실 공무에 따른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국왕을 공식적으로 대표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21년 2월 19일 두 사람이 ‘일하는 왕실 구성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결정이 최종 확정됐죠.


▲영국 해리 왕자(가운데)와 당시 약혼녀였던 메건 마클(왼쪽)이 2018년 4월 25일(현지시간) 런던 하이드파크 코너에서 열린 ‘안작 데이’ 새벽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가운데)와 당시 약혼녀였던 메건 마클(왼쪽)이 2018년 4월 25일(현지시간) 런던 하이드파크 코너에서 열린 ‘안작 데이’ 새벽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해리 부부는 영국을 떠난 이유로 타블로이드 언론의 사생활 침해와 인종차별적 보도, 정신건강 악화와 왕실 내부의 지원 부족을 들었습니다. 해리는 2021년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영국 언론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해쳤다며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가족을 그 환경에서 데리고 나와야 했다고 설명했죠.

미국으로 간 뒤에는 왕실 내부의 갈등도 공개했는데요. 메건은 2021년 3월 7일 방송된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에서 왕실 생활 중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치가 태어나기 전 왕실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가 아이의 피부색을 우려했다고도 말했는데요. 엘리자베스 2세는 제기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겠다면서도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2022년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는 갈등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요. 해리는 왕실을 떠나는 문제를 논의한 회의에서 윌리엄이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고, 왕실 관계자들이 특정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가족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했죠.


▲캐서린 왕세자빈(왼쪽부터)과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메건 마클이 2022년 9월 10일(현지시간)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영국 윈저성 ‘롱 워크’를 걷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캐서린 왕세자빈(왼쪽부터)과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메건 마클이 2022년 9월 10일(현지시간)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영국 윈저성 ‘롱 워크’를 걷고 있다. 해리 왕자는 아내 메건과 두 자녀를 데리고 2026년 8월 26일 미국에서 영국으로 입국했다. (AFP/연합뉴스)


결정적인 것은 2023년 1월 10일 출간된 회고록 ‘스페어’였습니다. 해리는 2019년 말다툼 도중 윌리엄이 자신을 밀쳐 넘어뜨렸다고 주장했고 찰스와 커밀라, 형과의 관계를 상세히 공개했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책은 출간 첫날 영국에서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합쳐 약 40만 부가 판매됐습니다.

해리에게 인터뷰와 회고록은 왕실 안에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풀어내는 수단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왕실과 영국 대중 일부는 이를 가족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수익으로 연결한 행보로 받아들여졌는데요. 특히 영국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윌리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형제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관계 회복의 실마리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죠.

이 때문에 이번 귀환이 더욱 뜻밖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해리 부부는 영국 언론과 경호 문제를 가족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이유로 지적해왔는데요. 해리는 자동적인 경찰 경호가 중단된 결정에 불복해 영국 정부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장 예배를 앞둔 2022년 9월 19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 앞에 근위병들이 도열해 있다. 같은 달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여왕은 남편 필립 공 옆에 안장됐다. (AP/뉴시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장 예배를 앞둔 2022년 9월 19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 앞에 근위병들이 도열해 있다. 같은 달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여왕은 남편 필립 공 옆에 안장됐다. (AP/뉴시스)


그런 해리 부부가 가족 모두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자녀들의 영국 학교 입학이 귀환 일정과 맞물린 것은 분명하지만, 교육 때문에 돌아왔다고 당사자가 설명한 것은 아니죠.

해리의 향수와 자녀들의 영국 문화 경험, 암 치료를 받아온 찰스 3세와의 관계 회복, 2027년 버밍엄 인빅터스 게임 준비 등이 귀환 배경으로 거론되는데요. 메건의 방송·사업 기회나 미국 사업의 부진도 이유로 언급되지만 모두 주변 전언과 정황에 따른 해석일 뿐이죠. 스포티파이 계약 종료와 넷플릭스 콘텐츠의 엇갈린 성과 또한 귀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근거는 부족합니다.

영국 언론은 해리 부부의 귀환을 연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요. 왕실과 영국 언론을 비판하며 떠난 부부가 왜 다시 집중 취재를 감수하는지, 경호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왕실 작위와 영국 생활을 사업에 활용할지가 주요 관심사죠. 그러나 언론의 열기만큼 대중의 관심이 뜨거운 것은 아닌데요.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부터)과 앤 공주,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가 2022년 9월 19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뒤를 따르고 있다 (AP/뉴시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부터)과 앤 공주,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가 2022년 9월 19일(현지시간)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뒤를 따르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의 인터넷 기반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업 유고브(YouGov)가 20일 영국 성인 5810명을 조사한 결과 귀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1%, 반대는 33%였습니다. 가장 많은 45%는 판단을 유보했는데요. 다음 날 성인 597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귀환 소식에 별로 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87%에 달했고요.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죠. 반대가 찬성보다 많지만, 더욱 두드러진 반응은 분노보다 무관심인 셈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왕실 구성원 간 호감도 차이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유고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사에서 윌리엄 왕세자의 긍정 평가는 76%, 캐서린 왕세자빈은 74%였습니다. 찰스 3세도 62%로 비교적 높은 지지를 유지했는데요. 반면 해리의 긍정 평가는 33%, 메건은 22%에 머물렀습니다. 부정 평가는 각각 58%와 65%였죠.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이 2023년 6월 19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가터 기사단 행사에 참석한 뒤 마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이 2023년 6월 19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가터 기사단 행사에 참석한 뒤 마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윌리엄 부부가 절제와 안정, 왕실의 미래를 상징하는 동안 해리 부부에게는 이탈과 폭로, 갈등과 상업화의 이미지가 따라붙었습니다. 특히 윌리엄이 해리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맞서기보다 왕실 공무를 이어가면서 해리만 갈등을 되풀이하는 인물처럼 비치기 쉬웠는데요.

다만 해리의 지지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죠. 윌리엄은 왕실 제도의 중심에 있기에 침묵할 수 있었지만, 해리는 언론과 경호, 인종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인데요. 젊은 층도 고령층보다 해리 부부에게 상대적으로 덜 비판적입니다.

메건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짙은데요. 메건을 향한 반감에는 왕실 이탈의 책임을 외부인인 그에게 돌리는 시선도 섞여 있습니다. 미국인 배우이자 혼혈 여성인 메건이 왕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리를 영국 밖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가 반복됐죠.

보도의 온도 차도 뚜렷했습니다. 앞서 가디언이 2020년 1월 18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메건 관련 기사 제목 843건 가운데 43%가 부정적이었고 긍정적인 제목은 20%였죠. 같은 기간 캐서린 관련 제목은 긍정 45%, 부정 8%였는데요. 메건에 대한 모든 비판을 편견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유독 가혹했던 보도 환경 역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이주 후에는 직원들과의 관계가 논란이 됐습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2024년 9월 12일 익명 관계자들을 인용해 메건의 강압적인 업무 방식과 잦은 직원 교체를 보도했는데요. 반면 어스위클리는 같은 달 24일 전·현직 직원들의 실명 증언을 통해 해리 부부가 배려심 있는 고용주였다는 반론을 전했죠.

페이지식스도 이달 24일 메건의 무례한 태도 때문에 가사도우미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익명 소식통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다만 가사도우미의 직접 증언이나 객관적인 고용기록은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검증되지 않은 주장마저 메건을 둘러싼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재료로 소비됐습니다.


▲6월 15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가터 기사단 예배에 참석자들이 도착하는 가운데 아일랜드 근위대 군악대가 연주하고 있다. (AP/뉴시스)
▲6월 15일(현지시간) 영국 윈저성 세인트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가터 기사단 예배에 참석자들이 도착하는 가운데 아일랜드 근위대 군악대가 연주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귀환을 가족 관계를 회복할 기회로 보는 시선도 있는데요. 찰스 3세가 아들과 손주들을 자주 만나고, 아치와 릴리벳도 아버지의 고국과 친가 가족을 경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나 해리 부부가 왕실 업무로 복귀할 계획은 없습니다. 찰스와 해리의 관계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보도는 나오지만, 윌리엄과의 갈등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가족이 함께 영국에 도착했다고 해서 왕실과의 화해까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6년 전 ‘왕실 체크아웃’한 해리가 가족과 함께 영국에 다시 짐을 풀었는데요. 왕자와 공작이라는 이름표는 그대로지만 왕실 업무도, 멀어진 가족 관계도 예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죠. 영국 체크인이 왕실 관계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복잡하고 묘한 시선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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