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별 단 뒤 해지규정’ 통념이 바뀐다

입력 2026-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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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서 지탱해온 임원위임 계약
최근 법원 흐름은 ‘까다로운 적용’
구체적 절차등 유지여부 고민해야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또한, 민법은 위임 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임이란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신뢰가 무너진 뒤에도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도록 강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회사와 임원의 관계를 위임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해지로 상대방이 손해를 입더라도 부득이한 사유 없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가 아닌 한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점차 위임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로 해지 사유나 절차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 사유와 절차 등에 관하여 이와 다른 내용으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 간의 법률 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규정이 임의규정이고, 당사자들이 그 적용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해석 자체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약정이 있어야 배제 의사가 인정되는지이다. 최근 일부 법원은 서면 통지 기간이나 시정 최고, 총회 결의처럼 해지 절차를 정한 계약이나,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해지한다’는 계약이 있는 경우 민법상 임의해지 규정 적용을 배제하려는 취지로 해석하여 왔다.

이 흐름은 이제 임원의 경우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법원은 회사가 임원 규정에 일정한 퇴임 사유를 열거해 두었다거나, 해지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면, 해당 사유나 절차에 따라야만 임원의 위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로 신뢰에 기초한 위임계약의 성격을 인정하더라도, 회사가 내세운 민법상 임의해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별을 단 임원은 근로자와 다르게 언제든 옷을 벗고 나갈 수 있다는 통념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우선,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동향을 알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해지를 쉽게 하려고 만든 해지사유들이 그 사유가 없으면 해지할 수 없다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해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규정을 열거하거나, 일정한 통지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 임원이 일정한 경우 손해배상을 부담한다는 규정 등은 모두 법원의 눈에 ‘민법과 다른 약정’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내부 규정과 위촉 계약서를 점검하여, 민법상 해지권은 유보된다는 점을 명시해 두고, 지나치게 구체적인 해지 사유나 절차,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각 기업이 실무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임원 계약상 해지 사유를 열거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임원 계약 해지가 일정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해석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첫째, 임원은 회사의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회사와 특별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이고, 그 대가로 근로자와 비교할 수 없는 보수와 대우를 약속받는다. 회사가 내부 규정에 퇴임 사유를 적어 둔 것은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전형적인 경우를 주의적으로 확인한 것이지, 그 밖의 사유로는 관계를 끝낼 수 없다는 약속이 아니다.

둘째, 임원 계약 해지 사유에 관한 규정이 민법상 위임에 관한 규정을 배제하려는 의사라고 해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령,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라는 방식으로 원칙적 금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임원 규정을 포함해 많은 위임계약들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퇴임하거나, 임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사자들이 임원 계약 해지 사유나 절차를 제한할 의사였다면, 임원 계약이나 내규에 적힌 사유 외에는 해지하여서는 안 된다는 형식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셋째, 임원 계약 해지 절차나 손해배상 관련 규정들의 의미도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원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임원이나 회사가 쌍방에 입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들은 당연한 내용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당사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정한 것이지, 민법상 위임 관련 규정을 배제할 의사로 만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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