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13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은 뒤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경기 남양주 신규 택지에서는 교통난과 보상 문제를 걱정하는 반응이 나오고 올해 1·29 대책에 포함된 태릉골프장과 과천 경마장 주변에서도 반발이 계속된다. 정부와 서울시 역시 용산공원과 그린벨트 활용,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물량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인다.
정부 대책에 대한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수천 가구가 들어오면 교통과 학교가 걱정될 수 있고 녹지 훼손 우려도 가볍지 않다. 토지보상이 필요한 곳에서는 재산권 문제도 생긴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동시에 중장기 공급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정부가 8·13 대책에서 ‘영끌’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공택지 착공 기간 단축 등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다.
누구나 알고 있듯 주택은 하루 이틀 만에 늘릴 수 없다. 적어도 몇 년이 걸린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도 3~4년 전 착공 감소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결과다. 지금 공급 계획이 반발과 갈등 속에서 한두 해씩 밀리면 공급 부족 해소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란 불안이다. 원하는 지역에 새집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굳어지면 매수자는 서두르고 집주인은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게 된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가격 상승 기대를 키우고 시장 불안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집값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2020년 10억원을 갓 넘어섰던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지난해 말 15억원을 넘어섰다.
공급 확대만으로 집값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 공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 안정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디에 공급하느냐도 중요하다. 직장과 교통에서 동떨어진 곳에 숫자만 채운 주택은 시장이 원하는 공급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 적정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공급의 양뿐 아니라 입지와 속도, 실제 입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시장의 불안을 낮출 수 있다.
집값 상승의 영향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것은 아니다. 기존 주택 보유자는 자산가격 상승의 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문제는 무주택자와 세입자, 처음 집을 사려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부담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높아진 주거비를 감당하려고 소비를 줄이고 점점 먼 곳으로 밀려나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정부 대책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우려스러운 부분은 해결해야 한다. 다만 지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워 공급 자체를 막아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지역도 변화하지 않고, 어떤 주민도 불편을 겪지 않으면서 필요한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해법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렵다.
주택 공급에는 비용이 따른다. 개발 과정의 불편과 지역의 변화가 그것이다. 공급하지 않는 데에도 비용은 생긴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지금 눈앞에 보이고 후자는 몇 년 뒤 집값과 전·월세라는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공급을 미룬다고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불 시점이 미래로 넘어가고 부담을 떠안을 사람이 달라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