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종결' 제주 부 경장 석방…"변명 여지없는 범죄행위"

입력 2026-08-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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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 A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 A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장미란 씨 실종 사건 등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부 모 경장이 긴급체포 뒤 석방됐다. 법원은 부 경장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긴급체포 절차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부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러나 제주지법은 24일 부 경장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법원은 부 경장의 소재가 파악된 상태였고 경찰이 사전에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도 있었다며 긴급체포의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별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부 경장은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결정된다.

이런 가운데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부 경장의 실종 사건 처리를 두고 “변명의 여지가 없고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표 소장은 2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경찰의 직위와 권한, 시스템을 악용해서 범죄 행위를 했다”며 부 경장이 담당한 실종 신고 298건을 모두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24일 당시 머물던 숙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숲에서 유류품과 함께 발견됐다.

장 씨는 5월 12일 숙소에서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이 사흘 뒤 실종 신고를 했지만 부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됐으며 본인이 노출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부 경장은 실제로 장 씨와 연락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표 소장은 장 씨의 외출 당시 복장과 소지품,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모습 등을 고려하면 도보로 가까운 거리를 이동했을 가능성을 우선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도보로 짧은 거리 이동”이라며 이후 범죄나 사고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살펴야 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수색이 이어졌다면 장 씨를 더 일찍 발견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표 소장은 “그때까지 생존해 계셨을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발견 자체는 상당히 조기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장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제3자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표 소장은 “현 단계에서는 어떤 추정이나 단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경찰의 과학수사, 추가 조사를 통해 사망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 경장이 실종 사건을 종결한 뒤 해당 실종자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례는 장 씨 사건만이 아니다. 지난달 2일 실종된 60대 남성 사건에서도 부 경장은 당사자와 연락됐으며 위치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남성 역시 이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 경장은 약 1년 반 동안 실종 업무를 담당하며 실종 신고 298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를 직접 종결했고 일부 실종자와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표 소장은 “당연히 전수조사 해야 한다”며 “이분들의 생사나 위치 그리고 상황 등이 다 확인이 되고 가족들이 안심하시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발견된 두 사람에게서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건까지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가 있는지, 부 경장이 사건을 종결한 근거가 사실이었는지 각각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소장은 이번 사건을 부 경장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국내에서 성인 실종 신고가 해마다 6만~7만 건 발생하지만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 장비와 프로그램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결국 부 경장 개인의 문제지만 시스템 문제도 분명히 보인다”며 “실종에 대한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성인 실종 사건에 같은 규모의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신고 초기 위험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실종 프로파일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족 간 갈등이나 자발적으로 연락을 끊은 사례와 범죄·사고 위험이 있는 사건을 구분해 경찰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담 경찰관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하면 프로파일링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종 전담 인력을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교육을 받은 경찰관을 배치하고 사건 처리 과정을 다른 담당자와 상급자가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표 소장은 “실종 전담반을 만드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성폭력·아동학대·피해자·실종 전담 경찰관들이 실제로 관련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지를 전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 경장은 실종 사건 처리 이후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 입건돼 직위가 해제된 상태다. 표 소장은 가정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며 경찰의 채용과 교육, 근무 배치와 인사 체계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소장은 부 경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찰관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경찰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경찰에 들어오고 있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이 부분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이후 담당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혼자 종결하지 못하도록 형사과장의 승인을 받게 하는 개선책을 내놨다.

표 소장은 이를 “지금 당장 필요한 응급조치”라면서도 “원래부터 있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상당한 의문”이라며 승인 절차만 추가하면 형식적인 결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로는 영국의 실종 대응 체계를 들었다. 표 소장은 영국이 2021년부터 성인 실종을 포함한 모든 실종 사건을 관리하는 국가실종국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실종 전담 경찰관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고 업무를 나눠 서로 처리 과정을 점검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한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더라도 다른 담당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표 소장은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며 결재권자 한 명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교육과 상호 점검이 가능한 실종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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