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제 훼손땐 주거생활 ‘흔들’
수요공급 작동케 해야 선순환 이뤄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고심하던 정부가 8월 3일 결국 보유세와 양도세 증세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런 정책이 어떻게 주택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세입을 늘려 주택 관련 사업이나 다른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쓰겠다는 목적을 밝힌 것도 없었다. 정부는 세금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물론 세금으로는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없다.
규제는 대부분 이익 집단이 자원배분의 강제력을 가진 정부를 포획하여 얻어내고,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정부를 주도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이익을 보는 집단으로부터 대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번 증세를 통한 주택 규제는 그것도 아니다. 거주자들은 모두 손해를 보고 정부가 세금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강제적 내몰림으로 거주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고, 세금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다주택자와 고가(高價) 주택 소유자는, 거주자든 비거주자든, 무거운 세금에 허덕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퇴로가 열린 것도 아니다. 중과세 유예 기간을 둔다지만, 그것도 중과세이며 고가 주택은 고가인 데다 토지거래 허가제 등으로 거래 조건이 까다롭고 오랫동안 살던 거주지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특정 지역에 전·월세 주택을 제공하고 있는 전국의 집 주인들이 실거주로 전환하면 그 지역의 전·월세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납세 기준을 벗어나는 집단이 당장은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풍선효과에 따른 이들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라 다시 과세 대상에 편입되면 그런 이익은 곧 사라질 것이다.
거주자들은 장기적으로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순서대로 주택 가격대별 소유, 전세, 월세 등의 형태로 재배치될 것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주택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번 세제 개편이 자유 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틀인 사유재산권 제도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주택의 소유, 운영, 처분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택 관련 도덕, 관습, 관례, 규칙 등을 지키며 사는 정의의 개념에도 어긋난다. 조세 정상화는 조세를 통해 그런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정의의 기준을 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흔들고 주택시장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다.
주택 가격은 기존 주택(貯量)시장에서 결정되고 신규 주택(流量)시장과 상호 작용하며 주택의 가격과 양이 변화한다. 이런 분석 틀을 바탕으로 세금 인상, 분양가 규제, 거래 제한, 임대료 규제, 다주택자 규제, 통화 팽창과 금융기관의 대출, 수요 억제와 공급 간의 관계 등이 주택 가격과 양, 그리고 품질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거나 ‘너무 낮다’는 판단은 실제 시장 거래에서 생성되는 지식과 정보에 근거하지 않고서도 ‘올바른(?) 가격’을 알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일 뿐이다.
지금의 주택 가격 상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9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풀린 돈을, 특히 잘못된 규제로 주택시장으로 불러들인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정부는 투기를 주택시장 교란 요인의 하나로 보는 것 같으나, 투기는 항상 어떤 원인에 따른 결과이지 그런 결과를 낳는 원인이 아니다.
규제(regulation)는 항상 회피(avoidance)를 부르고, 이는 다시 재(再)규제와 재회피가 되풀이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더욱 촘촘히 규제하면 주택시장은 붕괴된다. 풍선의 튀어나온 곳을 한꺼번에 누르면 풍선이 터져버리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회피로 나타난 결과적 현상(이른바 똘똘한 한 채)을 원인으로 파악하여 재규제로 막으려 하지 말고, 결과적 현상을 낳은 규제(다주택자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문제의 현명한 해결 방법이다. 구체적 목적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법의 일반성과 추상성도 훼손되지 않는다. 특히 주택 관련 금융도 금융기관의 심사와 결정에 맡기는 것이 정상화의 길이다. 화폐·금융도 자유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지, 국가의 설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민간 금융기관을 언제까지 지배하려 하는가?
정부가 주택시장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 맡겨야 주택시장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다. 토지를 비롯한 자원의 희소성 문제는 시장도 해결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런 제약하에서 수요와 공급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주택시장이 정상화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