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논란 피해간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입력 2026-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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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안톤 후쿠아 감독, 2026년>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는데 마이클 잭슨은 내가 좋아한 몇 안 되는 가수의 한 명이었다. 수년 전에 크게 흥행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퀸도 좋아했지만, 마이클만큼은 아니었다. 아마 시각적인 것, 즉 춤이 주된 이유였지 싶다. ‘뮤직비디오’라는 장르가 마이클이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가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매년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인정하여 선정하는 25편의 영상물에 그의 ‘스릴러’ 뮤직비디오(1983)가 그가 사망한 2009년에 포함되었다. 현재까지 뮤직비디오로서는 유일하다.

난 특히 그의 ‘빌리 진’에 매료되었다. 노래가 발표되고 많은 세월이 지난 후 그 가사를 우연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매우 재미있었다. “나와 춤출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you are the one)”라며 접근한 빌리 진이란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는데, 나중에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와서는 “아버지가 바로 당신이야(you are the one)”라고 한다. 노래의 화자는 그 아이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가사를 이해한 후로 유튜브에서 그 공연 영상을 지금까지 수십 번 보았을 것이다. 그 공연은 ‘문워크’라는 댄스 동작으로도 물론 유명하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자파 잭슨은 마이클의 조카다. 목소리부터 닮았다. 그는 1년 넘게 이 영화를 위해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가수 전기 영화 중에 이처럼 원형을 잘 모방한 건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평론가가 이 영화를 혹평했지만, 자파의 연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칭찬했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훨씬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에 많이 못 미치지만, 세계적으로는 그 영화의 성적을 넘어섰다고 한다.

평론가의 혹평에 물론 이유가 있다. 핵심은 인간 마이클 잭슨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냥 히트곡 메들리 같다고도 한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아동기에서 성장을 멈춘 것 같다.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고 동물이 친구다. 나도 서사가 약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게 아이 같은 사람이 어떻게 ‘빌리 진’ 같은 노래를 쓸 수 있나.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그러나 애초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뻔한 영웅화는 ‘보헤미안 랩소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마이클의 아동 성추행 논란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원래 시나리오는 마이클이 1993년 성추행 혐의로 처음 수사받는 상황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 시나리오로 촬영하고 편집까지 했다. 그러나 그 첫 고소자와의 합의문에 그 내용을 극화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상당 부분을 재촬영해야 했다. 결국 아동 성추행 논란이 완전히 배제된 영화가 나왔다. 첫 논란 이전인 1988년에 이야기가 끝날 뿐 아니라, 인물 묘사가 완전히 ‘위생 처리’되었다.

사실 나는 성추행 논란에 대한 기억은 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설마 했었던 거 같다. 그러나 이 글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논란의 과정을 조금 더 보겠다. 첫 고소자와의 합의금이 무려 2300만달러였다. 1996년에는 또 다른 소년의 어머니와 역시 법정 밖 합의를 하였고 금액은 200만달러를 넘었다. 2005년에는 한 다큐멘터리에 실린 마이클의 발언 내용이 문제되어 수사를 받았으나 무죄 판결이 났다(이 판결로 모든 혐의가 풀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 있는 듯하다. 이 판결은 이전의 사건들과 무관하다). 마이클 사후인 2013년에는 웨이드 롭슨이란 남자가 잭슨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에는 제임스 세이프척이란 남자가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재판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내게 가장 영향을 준 건 이 두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 ‘Leaving Neverland’(2019)다. 영국의 채널 4와 미국의 HBO가 공동 제작했다. 두 사람과 가족은 과거 일을 차분하면서 상세하게 진술한다. 반대 의견은 청취하지 않았으므로 일방적이라 할 수 있고 부분적인 오류도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체계적으로 거짓말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해도 내게 ‘팝의 황제’가 악마로 보이는 건 아니다. 용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행위를 강요한 건 아닌 듯하다. 그가 아이들을 좋아한 건 진심인 것 같고, 자선 활동도 많이 했다. 기부한 금액이 총 5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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