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사돈이 난소암이래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날부터 계속 배가 아파요.”
조심스럽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다. 양쪽 난소는 깨끗했고, 특별한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진료를 마무리하며 컴퓨터 화면을 정리하던 순간, 그녀가 ‘산정특례’ 환자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혹시 암 수술받으신 적이 있으세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췌장 낭종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 찍은 MRI 검사 영상 뒤쪽에서 우연히 1cm 크기의 폐암이 발견되어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누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공연히 제 몸도 다시 아픈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기 폐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다. 그녀는 폐암을 우연히 발견해 가장 이른 시기에 치료를 마친 운 좋은 사람이었다.
25년 전, 나는 진료실에서 사용할 초음파 장비를 새로 들이기로 했다. 해상도가 좋은 기기를 찾고 있었다. 두 경쟁사의 제품을 각각 일주일씩 사용해 본 뒤 결정할 생각이었다.
먼저 G 회사 장비가 들어왔다. 직원 한 명이 함께 와 새 기기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산부인과용 탐촉자 두 개에 유방과 갑상샘을 검사할 수 있는 탐촉자가 포함된 장비였다.
“원장님도 한번 보시지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환자가 아닌, 그저 ‘연습 대상’으로 검사대에 누웠다. 그런데 갑상샘을 비추던 화면이 순간 멈추었다.
“어머나, 여기 결절이 보이는데요. 양쪽에 다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검사가 갑자기 달라졌다. 며칠 뒤, 나는 병원 근처 영상의학과 의원을 찾았다. 검사를 마친 선생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상 소견으로는 암이 의심됩니다.”
그 한마디와 함께 나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다. 세침흡인 세포검사를 받았고, 며칠 뒤 나온 검사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양쪽 모두 갑상샘암이었다.
그렇게 나는 환자를 진료하던 자리에서 어느 날 환자의 자리로 옮겨가게 되었다.
갑상샘 전절제술과 주변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고, 이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두 차례 받았다. 나 역시 우연히 발견된 갑상샘암을 적기에 치료한 운 좋은 사람이었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일상화되면서 초음파, CT, MRI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작은 종양들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이른바 ‘우연 종양’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세 명 중 한 명은 일생에 한 번쯤 암을 경험하고, 두 명 중 한 명은 결국 암으로 생을 마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럼에도 누구도 암으로 삶의 끝에 이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많은 ‘우연 종양’이 평생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기에 발견되어 치료할 수 있었던 암은 때로 삶을 지켜내는 뜻밖의 ‘행운’이 되기도 한다.
임선영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