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상 첫 아이맥스로 전편 촬영…1.43대 1 화면비는 용산 아이맥스관에서만
오디세이 뜻,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 긴 여정으로
별도 쿠키 영상 관심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원작의 영리하고 교활한 영웅 오디세우스를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1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굉장히 착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윤리적·도덕적 감수성이 높게 표현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작의 오디세우스에 대해 “그렇게 도덕적이지는 않다. 착하다기보다는 교활하다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적을 속인 데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의 지략을 자랑스러워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반면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리고 부하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책임을 돌아본다. 김 교수는 “부하들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내가 잘못했다, 내가 지도자로서 잘못했다’는 것도 보인다”고 말했다.
키르케와 칼립소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와 1년, 칼립소와 7년을 보내지만, 영화에서는 이 같은 관계가 축소되거나 기억상실 설정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는 영화 속 오디세우스가 “굉장히 청결하고 금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들 텔레마코스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원작에서는 부자가 함께 구혼자들을 처단하지만,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아들이 직접 피를 묻히지 않도록 막는다.
김 교수는 놀란 감독이 오디세우스를 “정의롭고 착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히 생존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영웅상이 아니라, 그런 능력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그 결과의 그늘도 헤아릴 수 있는 모습을 그려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디세이’는 장편영화 최초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국내 아이맥스관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촬영 원본의 위아래가 잘리지 않는 1.43대 1 화면비로 상영할 수 있는 곳은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이 유일하다.
다만 용산 아이맥스 역시 70㎜ 필름이 아닌 4K 레이저 디지털 방식이다. 국내에는 아이맥스 70㎜ 필름 상영관이 없어, 해외 41개 극장에서 제공되는 필름 원본 그대로의 상영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용산 아이맥스는 국내에서 놀란 감독이 의도한 화면에 가장 가깝게 감상할 수 있는 극장으로 꼽히면서 예매 경쟁과 암표 거래까지 벌어졌다.

영화의 형식에는 원작의 구술문학적 특징이 담겼다고 봤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처음부터 글로 쓰인 작품이 아니라 말과 노래로 전해진 서사시다.
김 교수는 영화 초반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등장하는 장면을 두고 “구술 문학으로 시작된 거야, 구술 문학으로 전달됐던 거야 하는 것을 선언하듯이 들려주는 것이어서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음악과 운율에 대해서도 “저도 3시간 가까이 몰입해 빠져들었다”며 놀란 감독을 “21세기 세이렌”이라고 표현했다.
‘오디세이’는 호메로스가 쓴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영어 제목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10년 동안 겪은 모험을 다룬다. 작품 제목은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후 영어권에서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길고 험난한 여행이나 정신적인 탐구 과정을 뜻하는 일반명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영화에서 키르케와 세이렌 등 모험 장면이 비교적 짧게 지나가는 것도 원작의 구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세이아’ 전체 24권 가운데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10년간 모험을 직접 들려주는 부분은 9권부터 12권까지다.
김 교수는 “모험 이야기 자체가 원작에서도 에피소드처럼 6분의 1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며 영화가 원작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르면서 관객이 기대한 모험에도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고 평가했다.
고대 그리스의 손님 접대 관습인 ‘크세니아’도 영화의 주요 주제로 꼽았다. 낯선 손님을 환대해야 자신도 타지에서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공동체 윤리다.
다만 놀란 감독이 환대의 윤리를 지켜야 할 가치로 보여준 것과 달리, 호메로스의 원작은 그 윤리가 실제로 인간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하는지까지 질문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신은 정말 우리 인간을 사랑하는가, 신이 말했던 윤리대로 살면 우리가 잘살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호메로스의 원작이 훨씬 더 문제 제기적이고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디세이’는 10일 오전 6시 4분 기준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5일 개봉한 뒤 6일 만으로, 7일부터 9일까지 첫 주말에만 133만3436명을 동원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엔딩 크레디트 도중이나 이후에 나오는 별도의 쿠키영상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