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후기, 이게 맞아요? [요즘, 이거]

입력 2026-07-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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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과 호평을 오가는 신랄한 후기…쿠키 영상도 화제

※주의: 줄거리와 후기 등 스포(스포일러)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빠(팬)와 까(안티)를 동시에 미치게 하는 자, 그것이 진정한 슈퍼스타라 했던가요. “보지 마”와 “적극 추천” 사이, 바닥으로 향하는 평점을 뒤로하고 개봉 첫 주에 200만 관객을 모은 이상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욕인지 칭찬일지 모를 “미쳤다”를 듣고 굳이 내가 이를 밝히겠노라 극장으로 향한 사람들. 재미와 짜증, 감탄과 황당함을 한 문장 안에서 내뱉게 하고야 마는 영화 ‘호프’ 이야기입니다.

“나홍진 감독이 찍은 게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찍은 게 틀림없다”
“그냥 집에서 마늘이나 까세요. 보고오면 뭔가 까고 싶어 미칠껍니다”
“제가 여러분의 돈을 아껴 드립니다. 보지 마세요”
“아니 당신, 나홍진이잖아요”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영화 ‘곡성을 기대하고 입장한 이들의 가슴을 꼭꼭 치게 만드는 영화. 똥구릉내가 진동하다 못해 ‘똥’만 내뱉는 영화. 시작부터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수십 번 외친 “엥”만 남는 영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적나라한 ‘까’의 후기.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요. 모두를 서늘하게 했던 그 ‘곡성’의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맞냐며 그거 ‘과거 속 감동’만 주저리 내뱉는 중얼거림의 연속이죠. 그 무지막지한 줄거리를 최대한 평범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배경은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마을 호포항입니다. 어느 날 소 한 마리가 끔찍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고 사냥꾼들의 입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 짓이라고 생각하죠.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은 현장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섭니다. 범석의 친척이자 사냥과 승마에 능한 성기(조인성 분)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고, 경찰 성애(정호연 분)는 범석과 움직이며 마을에서 벌어진 참상을 마주하죠. 혼자 떨어져 사는 목수 양배(음문석 분)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하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또다시 이상한 마을에 들어온 나홍진 감독. 그 빌드업에 침을 삼키는 찰나. 또 그 찰나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호랑이’든 ‘괴물’이든 ‘요상한 형체’에 대한 궁금증을 숨이 넘어갈 때까지 미루죠.

“왜 혼자 보려고 자꾸 숨기는데요?” 그래도 기대 중인 토속 미스터리나 크리처 스릴러. 산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흔적, 겁먹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공포를 키워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총을 들고 산을 뒤지고, 범석은 폐허가 된 마을을 헤매죠.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이 너무 많이 쌓이는 시점. 네, 그가 등장합니다.

호랑이 사냥은 괴물 추격전으로 돌변하고 괴물 추격전은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대전투로 치닫죠.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데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괴물 퇴치를 향한 매드맥스 트럭신은 숨 막히는(P) 순간이죠.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엄청난 산속 생존극은 갑자기 경찰차와 말의 추격전으로 변모합니다. 변하다 못해 어지러운 드리프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시점, 뒤집어진 자동차와 쏟아지는 총알 속 인간과 외계 존재가 뒤엉킨 액션의 폭주극이 시작되는데요. 어찌어찌 때려잡긴 했는데 남는 건 해술(임현식 분)의 ‘똥 싸다 외계인 본 후기’죠. 아 곳곳에 박혀버린 ‘X발’도 함께요.(비공식 추산 173번 등장)

놀랍게도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제는 때려잡은 외계인의 사정이 시작되는데요. 인간이 마을을 침략한 괴물이라고 믿었던 존재들은 사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왔는데요. 그저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던 이들이 갑자기 말을 하는 ‘문명적인 존재’가 되어 버리며 관객 모두를 ‘왕따’ 시켜 버립니다.

그동안 영웅처럼 보였던 인간들의 행동도 다른 시점에서 보면 무지와 공포가 빚어낸 폭력일 수 있다는 교훈이 떨어진 후반부. ‘괴물에게서 마을을 지키는 영웅담’이 아니라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두 종족의 비극’으로 뒤집히는데요. 관객은 2시간 넘게 인간 편에서 도망치고 총을 쏘다가, 막판에 자신이 응원한 폭력을 마주하죠.

한마디로 훼손된 소가 발견되고 호랑이 사냥에 나선 ‘마을 괴수극’이 ‘숲속 생존극’과 ‘추격전’으로 이어진 뒤 끝내 외계 왕실의 가족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156분 동안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속도 속 장르를 계속 갈아타는 대담함, 외계인의 사정은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 하는 반전이 호평과 혹평을 오가기에 넘쳐나도록 충분합니다.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어떤 교훈을 남겨주고 싶었던 걸까. 무슨 내재된 의미가 있는 걸까. 영화가 끝나도 계속되는 의문을 던져주는데요.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을 해석하고 싶은 마음들이죠. 시대를 앞선 영화라 평범한 이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이해를 안 가는데 이해가 가면 안 되는 걸까? 쏟아지는 후기들은 이런 온갖 질문들의 종합이기도 한데요. 거장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범인(凡人·평범한 사람)은 가까이할 수 없죠. 칭찬 일색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호프’를 “패기와 광기가 폭발하는 영화”, “시네마의 진풍경”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특히 전반부를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라고 평가하며 음악과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칭찬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평가는 더 센데요. 그는 ‘호프’를 “말 그대로 미친 영화”, “오락 영화의 극점”이라고 설명했죠. 긴장감과 서스펜스, 타격감, 속도감을 모두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였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기술적으로 확장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인성이 말을 타고 질주하는 후반부 액션에는 “‘재미있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 미친 것”이라고 했죠.

거장들에게도 등장한 ‘미친 영화’. 정말 보통은 아닌 것이 분명한데요. 나홍진 감독이 생각하는 ‘호프’는 어떤 영화일까요?

“156분이 길다? 난 짧으면 돈이 아깝다”, “‘호프’는 지나치게 착한 영화”, “저도 무슨 장르인지 모르겠다”, “관객에게 죄의식을 심어두려 했다”

창조자의 생각도 범접하기 쉽지 않은데요. “영화를 본 순간부터는 관객의 영화”라는 그의 마침표처럼 그야말로 관객의 후기가 또 다른 장르가 되어간 건 확실해 보이죠.

흥행은 빠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15일 개봉 첫날 33만 명 이상을 모았고 개봉 3일 만에 100만 명, 5일 만인 19일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죠. 20일 ‘호프’는 개봉 5일 동안 누적 관객 수 212만9697명을 기록하며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평가표는 흥행 그래프만큼 매끈하지 않은데요. 19일 기준 CGV 골든에그지수는 82%,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7.09점입니다. “엉망인데 대단하다”와 “대단한데 엉망이다” 사이에서 앞 문장과 뒷 문장 중 어느 쪽에 힘을 주느냐가 별점을 가르고 있죠.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해외 평단의 반응은 국내 관객보다 우호적인데요. 평론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19개 비평을 토대로 68점을 기록 중입니다. 긍정 평가가 13개, 복합 평가가 5개, 부정 평가가 1개죠. 가디언은 디지털 기술과 고전적인 액션 감각이 결합한 유쾌한 볼거리로 평가했는데요. 로저이버트닷컴은 인간 중심의 영웅 서사를 뒤집는 대담한 영화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호프’의 결말이 유독 논쟁적인 이유는 바로 ‘속편’ 여부에 있는데요. 영화 후반부에서야 조인성 불사조설(쿠키영상 참고)와 더불어 외계 존재들의 더 큰 세계가 모습을 드러나는데 관객이 그 세계를 충분히 둘러보기도 전에 영화가 끝이 나죠. 생각지도 못한 엔딩과 외칠 수 없는 ‘앵콜’ 속, 속편 이야기가 흘러나온 건데요.

나홍진 감독은 이미 속편의 이야기를 써놓았다고 밝혔습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만들고 싶으며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노라 언급했는데요. 다만 제작과 투자, 촬영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2편이 아닌 3편으로 나뉠 수도 있다는 소문 속 ‘156분짜리 인트로’였냐는 비판과 ‘156분짜리 인트로’라면 이해할 수 있다는 포용성까지 혼재하죠.

누구에게는 5점, 누구에게는 1점도 아까울 ‘엄청난 작품’. 격한 후기 속 높아 보였던 문턱이 오히려 그 후기로 무너지는 알 수 없는 영화. 결론 낼 수 없는 ‘호프’의 마지막 포장지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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