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논란 자초한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

입력 2026-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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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중년 이상 독자들은 1970~1980년대를 풍미한 이 문구가 기억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1960년대 들어 출생아가 급증하자 정부는 가족계획이라는 산아제한정책을 강력하게 펼쳤고 1996년에야 공식 폐기됐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두 자녀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바뀌었고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가임여성이 자녀 한 명을 채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생률 변화 패턴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좀 더 일찍 알아채 두 자녀 갖기 정책을 일찍 시작했다면 이 지경은 안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미래의 현상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하는 시나리오가 올바른 정책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최근 발표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를 두고 말이 많다. 조만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다룰 차세대 기후 모델링 프로젝트인 CMIP7을 위한 시나리오가 10년 전 CMIP6를 위한 시나리오와 달랐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새로운 데이터가 많이 쌓였고 이를 분석해 반영하면 시나리오가 업데이트되기 마련인데 왜 그럴까.

이번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음, 중간, 낮음으로 나누고 각각을 두세 가지로 세분해 모두 7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런데 10년 전 시나리오에 있던 극단적 고배출 시나리오가 빠진 것이다. 시나리오를 만드는 기준은 타당성이 있느냐 여부인데, 지금 시점에서는 극단적 고배출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을수록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도 적을 것이므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빠진 건 어쨌든 좋은 일 아닐까.

그럼에도 말이 많은 건 지난 10년 동안 극단적 고배출 시나리오가 미친 영향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는 각국이 배출량 감소 노력을 포기하고 석탄 사용량이 5배나 늘어나는 등 현실성이 없는 설정을 했음에도(최악의 상황을 상정한다는 명분으로) 몇몇 연구자들이나 많은 언론에서 ‘현상 유지(business as usual)’로 다루면서 위기감 또는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발표된 한 논문은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5도나 높아진 ‘핫하우스 지구’라고 이름 붙인 생지옥으로 묘사했고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핫하우스(hot house)’란 난방을 하는 온실을 뜻한다.

현상 유지란 미래에도 지금의 정책 방향을 유지한다는 얘기인데 21세기 들어 지구촌에서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2100년 온도가 3도쯤 높아지는 중간 배출 시나리오가 현상 유지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 고배출 시나리오가 현상 유지로 인식되는 게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건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를 띄우는 모습을 과학 데이터에 기반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나온 논문에서 극단적 고배출 시나리오가 빠지자 “유엔 기후위원회가 자기들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했다”며 ‘틀렸다’는 형용사를 대문자로 세 번이나 반복했다(WRONG! WRONG! WRONG!).

그래서인지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고배출 시나리오를 두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다만 지난 극단적 고배출 시나리오와는 달리 타당성은 있다). 그리고 중배출 시나리오가 예상하는 2100년 온도 2~3도 상승 역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저배출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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