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멈춤 없던 삼성 공장, 흔들리는 신뢰

입력 2026-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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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공장은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 공장’의 상징이었다. 반도체 공정은 한번 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멈추는 구조가 아니다. 자동화 비중이 높고 24시간 가동 체제가 굳어져 있다. 그래서 시장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봐도 늘 비슷하게 받아들였다. 시끄러울 수는 있어도 결국 생산은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노조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 23일 오후 1시부터 3시30분까지 일부 생산 지표가 급격히 하락했다. 야간조(GY·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 기준 파운드리 생산 무빙은 평시 대비 58.1% 감소했다. 메모리 생산 무빙도 18.4% 줄었다. 노조는 이날 약 4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숫자를 둘러싼 해석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일부는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일부는 파업 효과를 극대화해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장의 웨이퍼가 줄었느냐가 아니다. 시장이 처음으로 “삼성 반도체도 멈출 수 있다”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지금 과거와 다르다. 과거 메모리 업황은 가격 사이클 영향이 컸다. 업황이 좋으면 돈을 벌고 나쁘면 버티는 구조였다.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만회가 가능했다. 지금은 인공지능(AI) 산업이 반도체 생산 일정을 사실상 결정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공급 일정이 하루만 밀려도 고객사 제품 출시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엔비디아, AMD,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과거처럼 느긋하게 공급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금 가장 여유가 없는 회사다.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 패키징 투자도 경쟁사들이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내부 갈등으로 생산 불확실성까지 커진다면 고객 입장에서 삼성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더 약해진다. TSMC를 떠올려보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TSMC 역시 대만의 낮지 않은 인건비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TSMC를 신뢰한다. 생산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은 최첨단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일정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도 본다. 반도체 산업에서 신뢰는 수율만큼 중요하다.

삼성 노조 역시 고민해야 한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주장은 존중받아야 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 요구 역시 자연스럽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보다 공급망 파급력이 훨씬 크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피해는 회사와 고객사를 넘어 협력사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삼성 노조 파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동 차질에 따른 손실이 1분당 수십억원, 하루에 1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성숙하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판단을 해달라 촉구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반도체 공정이 멈추면 치명적 손실이 발생하고 글로벌 시장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삼성이 잃고 있는 것은 하루 생산량이 아니다. ‘삼성 반도체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오랜 신뢰다. 한번 흔들린 공급망 신뢰는 생산량보다 복구하는 데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삼성 공장은 다시 돌아갈 것이다. 진짜 문제는 시장의 신뢰도 예전처럼 돌아오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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