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는 고점 코앞인데 PER은 경제위기급 ‘저평가’⋯이익 못따르는 지수

입력 2026-04-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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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눈앞에 뒀지만 시장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경제 위기 수준의 저점까지 내려앉았다. '사상 최고권이지만 가장 저렴한 시장'이라는 역설적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눈앞에 둔 가운데 시장 밸류에이션은 경제 위기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가장 높으면서 가장 저렴한 시장'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7.1~7.2배다.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대신증권은 7.19배, 유진투자증권은 7.1배로 추산했다. 12개월 선행 PER은 향후 1년간 기업이 벌어들일 예상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현재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수치가 8배 이하로 떨어지면 '딥 밸류(Deep Value)', 즉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으로 본다. 현재는 그 기준선보다도 한참 낮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밸류에이션은 과거 경기 악화나 위기 국면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 선행 PER은 약 10배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약 7.8~8.1배였다. 정치 혼란이 극심했던 2024년 탄핵 정국에서도 약 7.7배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익이 주가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SK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 300조원에서 올해 772조원, 내년에는 92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익 추정치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 한 PER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출처=구글 노트북LM)
(출처=구글 노트북LM)

다만 이익 증가만으로 현상의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익은 오르는데 멀티플은 낮아지는 현상의 본질은 반도체 사이클 불확실성에 있다는 해석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영업이익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코스피 시가총액의 4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섹터의 멀티플 확대가 지수 상승의 핵심 열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진행 중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2027년 이후를 향하고 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심화와 인공지능(AI) 투자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현재의 이익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멀티플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대외 여건 악화가 지목된다. 중동 분쟁의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관세 불확실성, 원화 약세가 중첩되며 외국인 수급도 열악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는 구간에서는 외국인 매수세의 구조적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구간의 저평가 매력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주가는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저평가 매력과 실적 모멘텀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하단이 단단해진 만큼 악재에 대한 반응은 점차 무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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