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인기에 관광객 몰린 영월…3개월 만에 연간 방문객 90% 돌파

K콘텐츠가 한국 관광의 판을 바꾸고 있다. K팝 공연과 영화 등 콘텐츠 자체가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콘텐츠 관광’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관광 트렌드가 기존 명소 중심에서 콘텐츠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광화문 방탄소년단(BTS) 공연의 영향으로 3월 1일부터 18일까지 방한 외국인은 109만97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7% 증가한 수치다. 공연 당일 광화문과 덕수궁 일대에는 수만 명이 몰리며 도심 전역이 하나의 관광·소비 공간으로 확장됐다.
소비 지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명동 K팝 특화매장 ‘케이 웨이브존(K-WAVE) 존’의 3월 1~3주 매출은 1월 같은 기간 대비 120% 증가했다. BTS 공연을 앞둔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 구매 고객 수는 32% 늘었고, 관련 굿즈 매출은 전주 대비 430% 급증했다.

BTS 광화문 공연은 편의점 매출에서도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 공연 당일 CU는 인근 점포 매출이 전주 대비 3.7배, 일부 점포는 최대 6.5배까지 늘었고, BTS 앨범 매출은 215.3배 급증했다. GS25 역시 매출이 3.3배 증가하고 하이볼은 18.4배 늘었으며,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최대 7배, 4배까지 매출이 확대됐다. 건전지, 핫팩, 간편식 등 체류형 소비도 크게 늘며 공연이 도심 소비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였다.
광화문 공연을 찾은 외국인들이 인근에 머물지 않고, 성동구와 강남구 등으로 이동해 소비하는 흐름도 확인됐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공연 기간 성동구의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은 48.4%로 전체 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성수동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면서 BTS 공연을 계기로 방문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

영화 역시 콘텐츠 관광을 이끄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 방문객도 빠르게 증가했다. 1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관광객은 23만9000명이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의 90%를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K-관광, 세계를 품다 방한관광 대전환·지역관광 대도약'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한국 여행 관심 계기 가운데 한류 콘텐츠가 40.1%로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가 방한 관광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 역시 32.1%로 2위에 올랐다. 정부는 K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마케팅과 지역 관광 연계를 강화하고, 체험형 관광과 고부가 관광 상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콘텐츠 관광이 지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용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광객을 유치하더라도 안내 시스템, 숙박시설, 교통 등 기본적인 수용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특히 인천공항에서 지역까지 이동하는 과정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교통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콘텐츠와 브랜드가 필수적”이라며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갈 만한 차별화된 골목과 체험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