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력의 시대’ 주도권 경쟁…AI·에너지 전략 충돌

입력 2026-04-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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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화석연료, 中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전력의 시대’ 도래…AI가 에너지 판도 바꾼다
페트로달러 체제 균열…다극 체제로 개편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이 에너지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구조를 둘러싸고 경쟁에 나서면서 세계 질서 재편 시도와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대규모의 전력·데이터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며 양국의 전략 방향성 차이가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일 관세 합의에 따른 투자 사업의 일환으로 2월부터 오하이오주에 대형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됐다. 해당 발전소는 연내 오하이오주에서 착공 예정인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월 20일 열렸던 화력발전소 기공식에서 “연내 착공할 데이터센터 전력의 완전 자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닝샤 후이족 자치구에 데이터센터 단지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화력발전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중국 정부의 발전·송전·저장·데이터센터·AI를 통합 운영하는 국가 전략인 ‘산전협동’의 첫 번째 사례로 평가된다.

닛케이는 중국과 미국의 다른 행보가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세계 경제 구조와 권력 질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전력 발전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이른바 ‘전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체제를 유지 및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주축으로 한 전력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존의 석유를 주축으로 하는 에너지 발전을 벗어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초고압 송전망, 대규모 저장장치, AI 기반 수요 조절 기술 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생성형 AI의 학습 능력을 전력 수급 상황에 맞춰 조정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관리하는 방식도 도입됐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는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서의 탈 화석 연료화를 추구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의 탈 화석 연료화 구상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해외로 확산할 수 있으며, 전기차나 AI 로봇 등 관련 산업도 한층 더 성장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중국이 시도하는 에너지 구조 변화가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단극체제로 이루어진 현재의 국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군사 질서를 구축해 왔다. 석유, 달러, 군사 동맹이 결합한 이 구조는 미국의 단극체제를 떠받치는 핵심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전력망 중심 구조로 전환될 경우 각국의 에너지 자급도가 높아지면서 분산형 질서가 형성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속해서 강조해왔던 다극화된 세계로 체제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패권과 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날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지키고자 하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통한 단극 지배 방식은 위기를 맞고 있음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탈 탄소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연장 선상에서 미국의 패권과 해상 지배를 공고히 하고 과시하기 위해 시작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미국 주도의 석유의 시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닛케이는 “미래를 단언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계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사고를 멈추지 않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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