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국회 상임위원장 18석의 유혹

입력 2026-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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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이 안 보인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출퇴근길 지하철 역사안 풍경이다. 지역 행사에도 온통 파란색 점퍼만 눈에 띈다. 한 중진 의원은 “오래 정치판에 있었지만 야당이 이렇게 무기력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번 크게 져야 정신 차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얼마 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 18석을 전부 여당이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지금, 불가능한 얘기도 아닌듯하다. 그러나 여당 안에서 신중론이 나온다. 과거에도 집권 세력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적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타협을 위해 나눠 운영하는 게 국회 전체로 봤을 때 더 낫다는 취지다.

정 대표의 발언이 압박용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여당 내에서 우세하지만 ‘상임위 독식’이 현실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3주 전 3월 임시국회가 그 답의 일부를 보여줬다. 여야 합의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환율안정3법’이 검찰개혁법 필리버스터에 밀려 12일 동안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 와중에 여야 모두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 법안이었다. 결국 3월 31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60건과 함께 합의 처리됐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합의 법안조차 제때 처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상임위를 독식하는 순간 야당은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라 필리버스터의 주체가 되고, 국회는 후반기에도 ‘12일의 공백’ 같은 교착 상태를 반복하게 된다.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에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18석을 전부 가져갔다. ‘임대차3법’ 등이 국민의힘과의 숙의 없이 처리됐고 '입법 독재' 프레임이 뒤따랐다. 이듬해 서울·부산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한 정치학자는 "법을 한 정당이 만들면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은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절차적 동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있어서 계엄이 해제됐다. 불과 1년 반 전이다. 상임위원장 18석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 민주당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거리에서 ‘빨간색 점퍼’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이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 안에서까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여당의 선택에 달렸다.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빠를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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