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당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에 부정적 기조
신현송 체제서 제도권 디지털 지급수단 부상 관측

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성 보상을 둘러싼 규제 논쟁이 커지면서 국내 가상자산 제도 설계에도 시선이 쏠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예금 대체 가능성에 경계심이 드러나는 가운데, 차기 한국은행 체제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등 제도권 기반 디지털 지급수단이 더 주목받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성 보상을 둘러싼 규제 논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제도 설계에도 여파가 번지는 중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 클래리티 법안 초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스테이블코인 보유자 대상 직간접 이자 제공을 폭넓게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제도 경쟁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의 예금 대체 기능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맞춰진다. LS증권은 통상 스테이블코인이 4~5% 수준의 확정적 수익을 제공해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왔고, 은행권은 그에 따른 예금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발행사의 직접 지급이 막힌 뒤에도 거래소나 플랫폼을 통한 우회적 리워드가 이어지면서 규제 초점도 직접 이자를 넘어 경제적으로 예금이자와 유사한 보상 전반으로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한국에도 이어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발의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도 우회적 지급을 포함해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을 어기면 법안별로 처벌이나 행정 제재가 뒤따른다는 사항도 공통으로 포함된다.
실무 논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허용할 경우 은행 예금과의 경계가 흐려지고, 은행의 자금조달 기반도 흔들린다는 우려가 우세하다. 특히 준비자산을 국채·예금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묶는 구조에서는 대출 중심의 전통 은행업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어 여기에 이자 지급 부담까지 더해지면 사업 구조 전반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같은 방향을 본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 기반을 약화하고 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핵심 리스크로 제시해 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혁신보다 신뢰와 안전장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허용하더라도 은행 예금 대체나 금융안정 훼손을 막는 수준에서 보수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 속에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체제에서는 스테이블코인보다 금융안정에 친화적인 제도권 기반 디지털 지급수단(CBDC·예금토큰 등)이 더 주목받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CBDC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이고,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토큰 형태로 구현한 민간 디지털화폐라는 점에서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이 다르다.
신 후보자가 스테이블코인에 보수적 견해를 보였고, BIS 재직 당시 CBDC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한국은행이 이달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에 본격 착수한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과 은행권이 함께 추진하는 예금토큰 실험으로, 2단계에서는 국고금 집행 등 실거래에 디지털 지급수단을 적용해 예금토큰 고도화와 상용화 기반 마련을 겨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