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생명줄 '납사' 매점매석 금지·수출 제한 조치 초읽기
당정청, 25조 규모 '전쟁 추경' 합의…소상공인·수출기업 수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정부는 즉각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고유가·고물가 파장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발등의 불'이 된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십 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와 차량 5부제를 꺼내 든 데 이어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업계 셧다운(가동중단)을 막을 나프타(납사) 수출 제한 조치를 전격적으로 시행한다.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까지 꺼내드는 등 전방위적인 ‘경제 방어막’ 구축에 힘쓰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 한 달간 정부의 1차적 대응은 실물경제와 직결되는 '에너지 가격 안정'에 집중됐다.
산업통상부는 에너지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13일 0시를 기해 전국 정유사 및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전면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29년 만의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1차 최고가격은 정유사 도매가 기준 리터(ℓ)당 보통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으로 상한이 설정됐다. 제도 시행 결과 24일 오전 7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시행 직전(12일) 대비 79.7원, 경유는 103.6원 하락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27일 적용될 2차 최고가격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류세 인하도 추진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7일 최고가격 조정 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한계가격이 일부 올라갈 수 있다"며 "가격 급등을 막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측면의 가격 통제뿐만 아니라 수요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도 동원했다. 정부는 기름값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요 절감을 위해 25일 0시부터 공공부문 '차량 5부제'도 시행한다.
산업계의 핵심 원료 수급에도 강력한 조처가 내려진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생명줄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고조되자 조만간 생산·도입 물량 의무 보고와 매점매석 금지, 정유사의 납사 수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긴급수급 조정 조치'를 발동할 계획이다. 핵심 원자재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도 격상해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의 재고를 밀착 관리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핵심 버팀목인 수출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해상 운임이 치솟고 주요 물류망이 교란돼서다.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물류비 지원 바우처를 대폭 확대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등 대체 항로 확보에 나선 선사 및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수출채권 만기를 연장하고 긴급 무역금융도 수혈한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상시 가동 중"이라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되 실물경제 타격이 가시화될 경우 가용한 모든 거시경제 정책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