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세제 완화 기대와 감독 강화 움직임이 동시에 부상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정치권의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 추진과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방침이 맞물리면서 업계는 제도권 안착 기대와 경쟁력 저하 우려가 교차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소득세 폐지법(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앞서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치권 설명이다. 금투세 폐지 이후 주식 등 다수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가상자산에 별도 소득세 체계를 두는 것이 과세 형평성과 제도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최근 미국 SEC 해석을 근거로 가상자산을 주식과 동일한 과세 체계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세청이 가상자산거래소 수수료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불합리한 과세를 바로잡고 1300만명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시장 활성화 기대와는 별개로, 금융당국은 거래소 규제와 감독 권한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회에 전달한 ‘가상자산 2단계법 도입 시 금융사고 예방 및 감독·조사체계 건의사항’에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같은 ‘유령 코인’ 사태를 일으킨 거래소에 영업정지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자산과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제 보유하도록 하는 실질 보유 의무와 전산 안정성 확보, 잔고 검증, 다중승인 절차, 접근권한 관리 등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은행법 수준의 검사·제재권과 스테이블코인 협의체 참여 필요성도 함께 건의했다. 투자 유인책이 시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감독당국의 시선은 사고 예방과 통제 강화에 더 가까운 셈이다. 이는 이용자 보호와 사고 예방 측면에서는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반된 흐름 속에서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 비용에 따른 국내 거래소의 고립을 우려하고 있다. 세금 폐지로 투자심리는 살아날 수 있으나,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국내 거래소들의 서비스 혁신 속도가 글로벌 거래소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에 대해 국내 지점 설립을 요구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경우 국내 시장이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힐 것을 경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 수준의 규제를 견뎌낼 수 있는 곳은 대형 거래소 몇 곳뿐"이라며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한 법률 검토 및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과세 폐지를 통한 시장 활성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규제가 산업의 싹을 자르지 않도록 ‘국제적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은행급 규제’가 산업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근과 채찍의 균형이 대한민국 가상자산 생태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