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토리 입힌 경험상품 준비해
글로벌 시장 다변화 적극 추진해야

‘K푸드 세계화’가 이제 명실상부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식품 수출 확대 정책이 추진되었고, 일정한 성과도 거두었다.
K푸드 세계화의 출발은 이명박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K푸드 페어’를 개최하고, 중동 두바이와 중국 등 주요 지역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지사를 설치하며 해외시장 기반을 강화하였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확산으로 K푸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식품을 넘어 농기계, 스마트농업, 농자재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K푸드+’ 전략을 추진하며 산업의 외연을 넓혔다.
K푸드는 이제 단순한 농식품 수출을 넘어 경제·문화·관광을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침체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K푸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필자가 K푸드 관련한 기업가와 전문가들을 두루 면담한 결과는 K푸드는 이제 식품산업을 넘어 문화·관광·콘텐츠 산업과 융복합한 새로운 ‘국가 브랜드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K푸드 열풍은 정부 정책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한류 문화와 민간의 창의성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농식품 수출 중심·정부 주도형’ 구조에 머물러 있는 K푸드 전략을 근본적으로 대 전환해야 한다.
최근 해외 언론도 K푸드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올해 2월 “왜 세계적인 한국 열풍이 김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있는가(Why a global Korean craze is making seaweed more expensive)”라는 기사에서 한국 김(gim)과 김밥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김을 ‘검은 반도체(Black Semiconduc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김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김 수출액은 11억달러를 넘어섰다. 농식품 수출 1위 품목인 라면도 수출액이 15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전체 농식품 및 관련 수출은 136억달러에 달했다. 해외 한식당 수도 약 4600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K푸드 수출 확대 속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국제적으로는 한국 농식품이 국가 브랜드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초밥이나 이탈리아의 파스타처럼 특정 음식이 곧 국가 이미지를 상징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해외에서 낮은 가격으로 K푸드 소비를 확대하는 행사는 한식을 ‘길거리 음식(street food)’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적으로도 농식품 수출 증가가 농어가 소득이나 식품기업의 실질적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수출은 늘어도 이익은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수출 품목 역시 라면 등 일부 대기업 제품에 집중되어 농산물 생산 농가가 체감하는 성과는 적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에서 벗어나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 “어떻게 국가 브랜드로 정착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춘 ‘2단계 K푸드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K푸드는 단순한 한국 농식품이 아니라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의 감각과 문화를 전달하는 ‘경험상품(Experience Goods)’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동안 K푸드가 세계 소비자에게 ‘호기심(curiosity)음식’이나 ‘영상속의 경험’으로 소비되었다면, 앞으로는 세계인의 ‘식탁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일상음식(everyday food)’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20년 전 필자가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요리학교(CIA) 전문가를 초청하여 한식 홍보 행사를 할 때도 세계적 전문가가 강조한 것이 한식에 대한 인식 전환이었다. ‘한국의 맛과 멋, 그리고 문화적 경험’을 상징하는 ‘식탁의 경험’이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 브랜드에 스토리와 지역성을 결합한 융복합 상품을 개발해야한다.
둘째, 소비 타깃과 품목, 시장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재외동포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현지 주류(mainstream) 소비시장으로 진입해야 한다. 세계 식품 소비의 흐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나 주력 소비층을 잘 분석하고 대응해야한다. 2010년대에는 SNS와 스마트폰 환경에서 성장한 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알파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핵심 소비층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잘 분석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수출 품목도 신선 농산물 중심에서 벗어나 라면, 김, 김밥, 만두, 소스류 등 고부가가치 가공식품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수출 시장 역시 일본·미국·베트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동, 남미, 유럽 등 새로운 글로벌 시장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문화·관광과의 융복합과 AI 시대에 맞는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식문화는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제 농업에 문화를 접목하고, 문화 콘텐츠에 농업과 식품을 적극 활용해야한다. 본격적인 AI 시대이다.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이 영상으로 한식을 접한다고 한다. 이제는 영상 속의 경험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 따라서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K팝,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팝업 푸드존, 미식 관광 프로그램 등 미식학(Gastronomy)을 적극 활용해야한다.
K푸드 세계화 대책은 도약을 해야한다. 정부와 기업과 민간이 함께하여 정책·시장·브랜드를 통합한 대책을 추진하는등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글로벌 시대에 알맞는 전략을 추진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