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한국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호르무즈 파병’은 겉으론 군함 몇 척을 보낼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재명 정부 외교의 방향과 원칙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다. 해협이 봉쇄되거나 선박 통항이 위협받을 경우 에너지 수급과 물가, 산업 전반에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경제안보 문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파병은 경제 논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기뢰나 드론, 미사일 공격 가능성 등 다양한 군사적 위험이 거론된다. 군함 파견이 해상 경비 활동을 넘어 분쟁 상황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적 변수도 적지 않다. 한국은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란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과도 비교적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이런 외교적 위치는 갈등에 단순히 편승하기보다 균형 있는 판단을 요구한다.
중동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건설과 플랜트 산업을 비롯해 가전·자동차·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시티와 첨단 인프라 사업에서도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단순한 군사 결정이 아니라 외교와 경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으로 볼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은 분명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동맹은 중요한 요소지만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는 없다. 파병은 군사 활동이 아니라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결정이 될 수 있다. 동맹의 요구와 압박 속에서도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판단의 중심은 국익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