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교통 관문인 서울역 일대가 낙후된 도심 공간에서 ‘핵심 비즈니스 허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서울역은 KTX와 공항철도, 수도권 전철이 집중된 교통 허브지만 고도 제한 등으로 개발이 장기간 정체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착공 단계에 들어가면서 일대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10일 찾은 서울시 중구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지는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동식 크레인과 콘크리트 펌프카 등 대형 장비가 곳곳에 자리 잡았고 넓은 부지에는 공사 자재와 가설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서울역 뒤편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이 대형 복합개발 부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역은 KTX·ITX 등 고속철도와 공항철도, 수도권 전철 1·4호선, 경의중앙선 등이 집중된 국내 최대 철도 교통 거점이다.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핵심 환승역으로 전국과 수도권,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 요충지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일대는 오랫동안 낙후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북부역세권 일대는 철도시설과 유휴부지가 혼재한 채 개발이 지연되면서 도심 핵심 입지임에도 상업·업무 기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제회의시설과 업무·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08년 개발 논의가 시작됐지만 민간사업자가 사업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하며 10년 넘게 사업이 표류했다.
이후 2018년 서울시가 사업성을 보완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코레일에 제안했고 2019년 (주)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다시 추진됐다. 2020년 한화 컨소시엄이 서울시에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하며 개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한화 컨소시엄에는 한화 커넥트, 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한화리조트, 한화에스테이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참여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서울역 뒤편 유휴 철도용지 2만9093.4㎡(연면적 약 35만㎡)에 지하 6층~지상 39층 규모 복합단지 5개 동을 2029년 6월까지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국제회의시설과 전시장, 호텔,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기준 공정률은 약 12% 수준이며 공사비는 3조1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사업이 서울 도심 개발 축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MICE 개발로 대표되는 동남권 개발 축에 이어 서울역과 용산을 잇는 새로운 도심 업무 축이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수요를 겨냥한 호텔도 들어선다. 한화는 2030년 128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만다린 오리엔탈 서울’을 개관할 예정이다. 만다린 오리엔탈은 홍콩, 방콕, 뉴욕, 파리 등 전 세계 44개 호텔과 12개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는 처음 진출한다. 이 호텔은 서울역이 지닌 지리적·문화적 허브로서의 상징성과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해 국내 첫 브랜드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 일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인근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면적 112㎡는 올해 1월 14일 22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 착공 전인 2024년 11월 17억원보다 약 5억원 오른 수준이다.
개발사업 등 호재가 가시화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서울역 일대는 오래전부터 개발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 공사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서울역이란 이름에 걸맞은 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서울역 일대를 ‘글로벌 미래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철도 지하화를 통해 지하 공간을 확보하고 복합환승센터를 설치해 KTX, 일반철도, 공항철도, 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연결하는 교통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철로 구간에는 도심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선형공원도 조성할 예정이다.
다만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역과의 연계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부역세권 개발이 계획대로 완료되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시기가 맞물리면 서울역과 용산을 잇는 연속적인 업무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서울 도심의 주요 업무 축이 기존 광화문 중심에서 서울역과 용산까지 확장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여의도가 금융 중심지 역할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역과 용산 일대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컨벤션 중심지로 기능이 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가들도 서울역 일대 개발이 도심 공간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역 인근은 같은 도심권임에도 철도시설로 단절된 구간이 많고 노후 지역이 상당해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곳”이라며 “북부역세권 개발은 서울역 일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며 도심 공간 구조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도심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그럼에도 서울역은 공항철도와 KTX, GTX 등 광역 교통망이 결합된 핵심 교통 허브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지역 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