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급격한 변동성을 기록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공식도 과거 인지도 중심에서 ‘실속’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연초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하는 등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으나, 분쟁 발발 이후 시장 관심은 단순한 성장성보다 위기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실질적인 영업 체력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6% 하락한 5251.87포인트에 마감했다. 지난 4일 하루 만에 12.06% 폭락한 뒤 이튿날 9.63% 반등하는 등 극심한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특히 이날은 이란 사태 악화와 미국 고용 부진이라는 겹악재 속에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겹치며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처럼 증시가 불안정한 배경에는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란 사태로 인한 정세 불안이 심화하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111.24 수준까지 상승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제한 우려로 위험 프리미엄이 본격 반영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에 대한 우려가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방위적인 에너지 쇼크가 기업 비용 부담을 가중하자 IPO 시장의 투자전략 역시 막연한 성장성보다는 위기에 강한 ‘기초체력’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에 자금이 쏠렸다면, 최근에는 고유가 국면에서도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에너지 효율성과 공급망 통제력을 갖춘 기업이 투자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산업용 수소 기업 덕양에너젠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650.14대 1에 그쳤지만, 일반 청약에서는 1354.4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12조70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상장 직후에는 공모가(1만원) 대비 주가가 한때 세 배 이상 뛰며 고유가·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에너지 효율성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기업에 ‘생존형 자금’이 쏠리는 양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선별적 투자 기조 속에서도 올해 IPO 시장 전체 외형은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올해 연간 공모 금액이 최대 5조원 수준을 형성하며 전년(4조6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의 소강상태를 지나 이달부터는 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이뱅크를 비롯한 대형 우량주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어 실적 기반의 선택적 흥행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대어급 종목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공모금액을 기록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전쟁 여파에 따른 금리 변동성이 향후 시장의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며 “기초체력이 검증된 우량 종목에 자금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