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친구들과 트레킹을 하는데, 돌아올 때 들를 요량으로 장소를 충주호로 잡았다. 과수원에는 미리 연락했다. 흠이 지거나 벌레가 먹어 팔수 없는 것들을 잔뜩 내놓아 실컷 먹고는 복숭아를 단체로 사들고 돌아왔다. 다들 좋아하며 매년 가자고 했다.
그후 복숭아 철이 아니더라도 서로 안부를 전하며 단골로 지내고 있다. 복숭아꽃이 필 때면 사진을 찍으러 가고, 가을에는 친구들과 함께 놀러갔다. 지난 가을, 그곳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장님, 이번에는 오지 마세요. 복숭아 순나방이 들어앉아 팔 것은 고사하고 먹을 것도 없어요.” “어찌 그 것을 이제야 아셨어요?”
나방이 초봄에 들면 잘 모르고 중간에 봉지를 씌우니 복숭아 상태를 잘 알 수 없다 했다. 이웃에 있는 다른 과수원이라도 섭외해 주십사 했지만 거기도 똑같다며 올 농사는 헛수고란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들인 정성이 아무 결실도 못 거둔 셈이니 내 일처럼 안타까웠다. 농약 값이 몇백 단위가 아니라 몇천 단위라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
요즘 독감이 극성이다. 한창 독감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11월부터 일찍 시작됐다. 처음에는 A형 독감이, 한 달 뒤부터는 B형 독감이, 지금은 A·B가 혼재돼 나타난다. 특이하게 한 달 간격으로 연이어 걸리는 환자들도 아주 많다.
워낙 날씨가 모질어 병충해도 같이 모질어졌다는 농장주의 말처럼, 독감도 모질어지고 예방접종도 제대로 힘을 못쓰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런 일이 복숭아와 독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걱정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