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이 다가오면 빠지지 않는 풍경이 있다. 세배를 마친 아이들 손에 쥐여지는 세뱃돈 봉투다. 그런데 그 안의 금액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이 받는 세뱃돈 규모는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2025년 설 명절 전후 송금 봉투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설 기간 중·고등학생이 받은 세뱃돈 평균은 약 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몇 년 전 5만 원대 초반 수준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세뱃돈을 둘러싼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지난해 설을 앞두고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전체 응답자 다수는 중·고등학생 세뱃돈으로 5만 원을 가장 적정한 금액으로 꼽았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보면 온도 차가 컸다. 10대 응답자 중 상당수는 10만 원 수준이 적정하다고 답한 반면, 40~60대는 5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세뱃돈을 받는 세대와 주는 세대 사이 기대 금액에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세뱃돈에는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연령대별로 대략적인 범위가 형성돼 있다. 미취학 아동은 1만~2만 원 수준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돈의 가치 개념이 크지 않은 시기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초등학생은 3만~5만 원, 중·고등학생은 5만~10만 원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많다. 대학생 이상에게는 10만 원 안팎이 사실상 상한선처럼 거론된다.
문제는 1인당 금액보다 전체 합계다. 부모님 두 분께 각각 30만 원, 초등학생 조카 두 명에게 각각 5만 원을 줄 경우 총액은 70만 원이다. 양가 부모님 네 분께 같은 금액을 드리고, 조카 네 명에게 세뱃돈을 건네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조부모까지 포함한 대가족 구조라면 150만~200만 원대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계산상 가능하다.
세후 월급 300만 원을 기준으로 보면, 가족 구성에 따라 월 소득의 20~60% 수준이 명절 현금 지출로 나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형제·자매 간 사전에 세뱃돈 금액을 맞추거나, 부모님 용돈 일부를 현금 대신 선물로 대체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선택지로 언급된다.
세뱃돈을 아이 명의 통장에 모아주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증여세다.
현행 세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미성년 자녀는 10년간 2000만 원, 성인 자녀는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세뱃돈 자체는 사회 통념상 비과세 성격으로 보지만, 부모가 같은 통장에 정기적으로 큰 금액을 입금하는 경우에는 단순 세뱃돈이 아니라 증여로 판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뱃돈·용돈·생일 축하금 등을 합쳐 매년 수백만 원씩 꾸준히 입금하거나, 부모 자금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가 준 돈인지 기록을 남기고 10년 합산 금액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세뱃돈을 단순히 모아두는 대신 아이의 금융 경험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년 동안 매년 5만 원,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매년 10만 원씩 세뱃돈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12년간 총 90만 원 규모의 돈이 아이 이름으로 쌓이는 셈이다. 액수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쓰임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아이가 만 14세 이상이라면 자녀 명의의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이 돈을 활용할 수 있다. 청약통장은 납입 금액도 중요하지만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구조다. 세뱃돈이 들어올 때마다 일부를 꾸준히 납입하면 통장 가입 기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성인이 된 이후 청약에 도전할 때 기본 조건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 주거 준비'라는 개념을 어릴 때부터 경험하는 셈이다.
주식 투자로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같은 금액을 모아 자녀 명의 증권 계좌에서 국내 우량주나 ETF를 소액으로 나눠 매수해 보는 것이다. 단순 용돈이 실제 자산의 가격 변동과 연결되면서 경제 개념을 훨씬 입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복리 효과까지 경험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금융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