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주주 환원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배당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2025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이라도 현금배당 총액을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리고, 부채비율이 200% 이하일 경우 ‘고배당 기업’으로 분류한다. 두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주주는 배당소득에 대해 14~30%의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LG는 적자 전환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자산 매각 대금을 배당에 투입하며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 과세’에 흐름에 올라탔다. LG는 5일 4분기 4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고, 같은 날 보통주 1주당 2100원의 결산배당을 공시했다. LG는 이번 결정으로 배당 확대와 부채비율 요건을 통과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했다. 하반기(7~12월) 누적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적자였으나 10월 광화문빌딩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세후 약 4000억 원)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법상 배당은 당기 영업이익이 아니라 ‘배당 가능 이익’을 기준으로 한다”며 “영업이익이 당장 적자라 할지라도 과거에 차곡차곡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충분하고 자본 잠식에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배당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재원이 배당으로 과도하게 유출될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자 배당’을 “밸류업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접근”으로 규정하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배당은 기업 성과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배당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주주 역시 배당 수혜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적 부진 속 고배당은 도덕적·경영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