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K콘텐츠 만드는 ‘인적자원’ 지켜야

입력 2026-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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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 한국영화학회장

공인에 대한 도덕기준 유난히 높아
제도적 신뢰 부족할때 여론에 의존
책임촉구·사적제재 간 규범 찾아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의 인기가 폭발했다. 요리라는 소재로 인간의 감각을 일깨운 K-예능의 새로운 전형이다. 상상된 미각과 후각을 경험된 시각과 청각에 버무린 공감각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흑과 백, 무명과 스타, 도전과 수성, 언더독과 엘리트의 대결이라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략도 있다. 웅장한 스튜디오와 세밀한 연출은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핵심에는 흑수저와 백수저라 불린 셰프와 그들의 재능이 있다. 요리에 관한 창의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둔 이들의 활약은 성공의 필수 요인이었다.

인적 자원은 K콘텐츠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수만은 일찍이 ‘문화기술’을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매니징)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자원을 잘 선발하고, 훈련하고, 관리하고, 연결하자는 의미다. 물론 투자, 기획, 제작, 유통은 K콘텐츠의 지속성을 위한 가치사슬이다. 하지만 거기엔 반드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란 곧 스타이자 플레이어이자 엔터테이너다. 이들은 모두 K콘텐츠의 인적 자원이다.

‘흑백요리사2’가 화면 위에서 인기를 누리는 동안, 화면 밖에서는 임성근 셰프에 관한 논란이 뜨거웠다. 음주운전 전력이 문제였다. 그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의 한계”를 언급하며 보완을 약속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K콘텐츠의 인적 자원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다.

도덕성은 늘 전문성과 충돌한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그렇고 개인의 일탈이라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도덕성과 전문성의 충돌이 대중의 여론을 통해 어떤 규범 체계를 드러내는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분명히 하자. 음주운전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건 공공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다. 대중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까닭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비난은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안전과 책임 규범을 다시 확인하는 사회적 순기능을 갖는다. 다만 이런 분노와 비난이 비례의 정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도덕성에 관한 우리 사회의 요구는 종종 ‘인물 폐기’라는 급격한 결론으로 치닫는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를 설명하거나 중재하는 과정은 삭제된다. 인물 폐기는 ‘캔슬 컬처’에 다름이 아니다. 캔슬 컬처는 유명인의 논란이 불거지면, 공개적인 비난 과정을 거쳐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모두 ‘회수’해 버리는 비제도적 제재다.

상황에 따라 법적 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즉각적인 책임 요구라는 정의 실현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이미 제도적 처벌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속이 뻥 뚫리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적 검열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여론몰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일인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어딘가 불편한 찝찝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즉각적 처벌에 기대어 정의의 효능감을 맛보려 한다. 도덕성에 관한 강력한 요구는 제도 신뢰가 부족한 사회에서 여론 기반의 처벌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때 이들의 전문성을 처리할 방법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K콘텐츠의 인적 자원은 대부분 전문가로서 브랜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과 전문성은 나누기 어렵다. 전문성 없는 도덕성은 매력적이지 않다. 전문성이 부재한 채 도덕성만 갖고 있는 경우 애당초 대중의 주목을 얻기 어렵다. 도덕성 없는 전문성은 신뢰하기 어렵다. 임성근은 요리만 잘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고유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신뢰와 호감을 매개로 한 인격-서사체다. 그러므로 전문성은 도덕성의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따라서 도덕성을 다룰 더욱 정교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공 안전에 관한 직접적인 침해인지, 반복·은폐·책임 회피의 패턴이 있는지, 재발 방지에 관한 조치를 했는지, 활동의 조건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기준이 그것이다. 이런 기준이 있어야 캔슬 컬처의 이중성, 즉 책임에 대한 촉구와 사적 제재의 폭주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실력이 있다고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방식이 또 다른 폭력으로 변질되면, 공동체는 건강한 규범이 아니라 무자비하게 휘둘리는 무기에 의해 지배된다. K콘텐츠를 이끌어가는 핵심 자산인 인적 자원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방법을 더욱 정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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