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반도체가 지수 상단 열었다
정책·실적 뒷받침 속 ‘검증 국면’ 진입

코스피가 27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섰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5000 돌파를 기대가 만든 숫자가 아니라 이익 레벨업 이후 한국 증시의 체력이 시험대에 오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종가 5000포인트는 한국 증시가 처음 밟아보는 고지로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변화와 선진 금융시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며 “이번 상승장의 주역은 AI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즉 피지컬 AI”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 순이익이 2025년 약 220조 원에서 2026년에는 350조 원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익 성장과 멀티플 확장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이클”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장들은 AI를 축으로 한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에 따른 과열 국면이라기보다 구조적 상승의 초기 국면에 가깝다”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밸류에이션 하단을 지지하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상반기까지는 비교적 우호적인 흐름이 가능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 재확대 여부가 지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지컬 AI로의 확산은 지수 상단을 여는 핵심 변수로 꼽혔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혁명에 기반한 반도체가 지수를 견인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제 AI 비즈니스가 피지컬 AI로 발전하면서 제조업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미디어와 추론 수요 확대에 따라 레거시(기존ㆍ범용)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5000선 이후에는 추가 상승인지 오버슈팅인지에 대한 검증 국면이 불가피하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정책 환경 역시 이번 상승의 중요한 배경으로 제시됐다. 조 센터장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가 기업에서 주주까지 확대된 점이 상징적인 변화”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소각 법안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본시장의 비합리적인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선을 “내러티브 중심 장세에서 숫자로 검증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으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 한국 증시의 고점 구간은 이익 기대가 먼저 앞서고 이후 추정치 하향과 함께 조정으로 귀결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며 “현재 국면은 기간 조정 과정에서도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하향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AI 과열론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시각이 우세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AI 산업을 1999년 닷컴버블과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당시 닷컴 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60배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30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I는 PC와 모바일에 이은 세 번째 산업 혁명으로 이제 막 초기 확산 국면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은 기대라는 내러티브가 반영됐다면 이제는 실제 생산과 이익으로 전달되는지를 봐야 하는 단계”라며 “그 과정이 확인된다면 5000선은 상당 부분 굳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에 제조업을 어떻게 재평가하느냐 그리고 반도체가 이익 결정 변수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향후 지수 상단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끝으로 이번 5000선을 두고 “기대의 정점이 아니라 이익 레벨이 실제로 한 단계 올라선 시장이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숫자”라며 “내러티브에서 숫자로의 전환이 완성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