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경제 성과' 조급증⋯정부, 김정관 장관 美 급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기습 선언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합의 불이행’을 직접 문제 삼으면서 이같은 해석이 두드러진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경제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둬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조기에 이행 단계로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으로부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것을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 제정’을,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동의’를 각각 주장하며 이후 절차가 지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복원’ 카드로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발(發) 투자’라는 확실한 경제 성적표를 손에 쥐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하는 답(법안 통과 및 투자 이행)을 얻어낸다면 관세 인상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 실제 무역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 관가에서는 이번 조치 이면에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복합적인 통상 압박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일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단순한 ‘투자 독촉’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 선언 배경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디지털 규제에 대한 불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무기한 연기된 배경에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보이콧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플랫폼법) 추진을 문제 삼아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비관세 장벽’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여기에 최근 J.D.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콕 집어 언급한 것 역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당국의 규제 움직임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복합적인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지연을 문제 삼은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상당한 로비를 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로비가 상당한 것은 사실인 만큼 이것이 실제 이번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진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부는 미국 측 파트너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을 통해 트럼프 발언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하고 실무진 차원에서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8~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태 진화에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캐나다 일정을 마친 뒤 계획대로 미국으로 이동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라며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파악하고 우리 국회의 상황과 정부의 이행 의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