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간 행정명령, 바이든 4년보다 많아
관세정책·WHO 탈퇴 등 국제사회 흔들어
초강경 이민 정책에 정치 양극화 심화
높은 집값·미진한 고용 등에 부정적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이끈 지 1년이 됐다. 1년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250년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며 ‘현대판 파라오’라는 평가까지 받게 됐다.
18일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까지 220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주로 전 정부가 이행한 정책들을 뒤집는 식이었다. 이달 초에는 66개 국제기구에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전체(162건)와 자신의 1기 4년(220건) 기록을 앞질렀다.
매슈 레보 웨스턴대 미국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좋아하는 이유는 의회를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저 종이 한 장에 ‘이건 더는 효력이 없다’고 적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상호관세를 시작으로 한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었고 세계무역기구(WHO)와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으로 국제사회 협력 구조에서도 벗어났다.
▲최근 미국 대통령 임기 중 행정명령 서명 건수. X축은 근무일(단위 일) Y축은 건수.
빨강 트럼프 2025(220건) /파랑 바이든 /주황 트럼프 1기 /보라 오바마 2기 /초록 오바마 1기.
(출처 CBC뉴스)
초강경 이민 정책도 펼쳤다. 미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행된 강제 추방 작전으로 60만5000건 넘는 추방이 이뤄졌다. 또 190만 명의 불법체류자들이 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났다. 이는 정치 양극화를 유발하는 강력한 기폭제로 작용했다. 레보 교수는 “이는 백인이 아닌 미국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며 “올해 중간선거에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1기 시절 국무부에서 몸담았던 공화당 전략가인 매슈 바틀릿은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국경에 관해 가장 어리석은 정책을 펼쳤고 이로 인해 민주당이 선거에서 큰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도 워싱턴D.C.의 구조도 입맛대로 개조했다. 정부 효율성을 명분으로 연방 공무원을 대량 해고했고 유서 깊은 공연예술 센터인 케네디 센터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개명했다. 케네디 센터는 미국 예술인이라면 한 번쯤 무대에 서보고 싶은 곳이지만, 트럼프·케네디 센터가 된 후로는 예술가들의 공연 취소가 줄을 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 센터에서 공화당원들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대개가 미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마련됐지만, 오히려 경제적으로 미국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값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고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고용 증가율은 부진을 거듭했다. 그 결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2기 들어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령 지난달 NPR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36%로까지 떨어졌다. 2기 들어 최저이자 조사 전체로 보면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다. AP통신이 노크공공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지난달 설문조사에서도 지지율이 31%로, ‘반대한다’는 응답 67%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대통령 전문 역사학자인 바바라 페리 버지니아대 밀러센터 대통령학 교수는 “다른 대통령들도 취임 첫해에 혁명적인 정책을 펼치거나 주요 개혁을 추진한 사례가 있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 전쟁에 대응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대공황 시기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트럼프의 스타일과 방식, 변화 속도 등은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게 극단적이고 과시적”이라며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