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BTS 컴백으로 끝?⋯K-콘텐츠, 다시 증명해야 할 시간 [이슈크래커]

입력 2026-01-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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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해빙기가 찾아오는 걸까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限韓令)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양국 간 경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문화 콘텐츠 교류 확대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속속 제기되는 건데요. 특히 K팝과 관련해서는 올해가 '역대급 모멘텀'이라는 증권가 분석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한류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K팝과 K-드라마·영화 등 콘텐츠만 수혜를 입는 게 아닙니다.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게임, 뷰티·패션, 식품 등 수많은 업계가 한중 관계 해빙 무드를 주시하는 이유인데요.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여전한 부담 요인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죠.

한한령, 올해는 정말 '기대감' 이상의 풍경이 펼쳐질까요?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K-콘텐츠 가로막은 빗장 풀리나

중국이 2016년 발동한 한한령은 한국 콘텐츠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은 주한 미군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우리 K팝 가수의 공연을 허용하지 않고 한국 드라마·영화의 유통을 제한하는 식으로 한한령을 유지해왔는데요. 단, 한한령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요.

중국에서 일부 영화가 상영되거나 스타들의 팬미팅, 팬사인회 등이 간간이 진행되긴 했으나 '콘서트'라고 부를 러닝타임과 세트리스트를 자랑하는 공연은 허가되지 않았는데요. 팬이벤트마저 개최를 코앞에 두고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무기한 연기, 취소된 사례도 숱합니다.

이런 만큼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K팝 가수들의 중국 내 공연도 재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옵니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중화권 주변에서만 열리던 공연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본토 대도시로 확장할 수 있다는 건데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 스타디움 급 대규모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인기 그룹들의 행보가 특히 주목되죠. 또 올해는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쓰는 그룹 빅뱅과 엑소의 완전체 활동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연간 공연 매출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규모 공연은 현지 숙박과 외식 소비를 유도하는 강력한 경제적 도구인 만큼, 중국 정부 역시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공연을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머천다이즈(MD), 팬덤 플랫폼 등 팬덤 비즈니스 관련 수익도 뺄 수 없죠.

매년 '한한령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가 사그라들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다른 걸까요?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상하이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 "질서 있게, 유익하게, 건강하게 잘 해결될 것"이라며 "조짐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의사 표명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대통령은 "시기나 방식은 분야마다 또 여러 가지 그 대상의 특성에 따라서 좀 달라질 것"이라면서 "그래서 협의가 구체적 협의가 좀 필요할 것이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원만하게 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한령 조치와 관련해 "석 자 얼음은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상하이 현지 브리핑에서 정상 간 대화 중 바둑·축구, 판다 대여 등을 언급하던 흐름 속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를 만큼 흐르고 단계적·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전했죠.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부터 게임, 뷰티·패션도 기대 ↑

한한령 해제 기대감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광·게임·뷰티·패션은 모두 중국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고 정책 변화에 따른 체감 속도 역시 빠른 분야로 꼽힙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를 체감하고 있는데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방한 중국인은 약 3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넘게 늘어났습니다. 면세점·숙박·외식 소비 비중이 높은 만큼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요. 특히 대형 공연·페스티벌과 맞물릴 경우 콘텐츠 소비→관광으로 이어지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죠.

게임 산업도 기대감이 적지 않습니다. 한한령 이후 중국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판호 발급 문제가 완화될 경우,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서비스 재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 현지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대형 IP뿐 아니라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을 쌓은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뷰티·패션 업계도 중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류 스타와 콘텐츠를 매개로 한 브랜드 인지도 확산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완성품 브랜드뿐 아니라 주문자 개발생산(ODM) 기업, 원료·부자재 기업까지 수혜 범위가 넓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여기에 중국 단체 관광 재개가 더해질 경우, 면세 채널과 오프라인 유통 회복 가능성도 함께 거론됩니다.

▲그룹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장밋빛 전망만? 현지 꿰뚫는 전략 절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중국 로컬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고, 소비 트렌드 역시 빠르게 바뀐 만큼 단순한 규제 완화가 곧바로 폭발적인 수혜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인데요. 결국 성패는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현지화 전략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K팝 시장은 수익 구조 측면에서 재정비가 불가피합니다. 현지에서 콘서트 개최가 가능해지더라도 티켓 가격이나 좌석 수 제한 등 세부적인 룰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경우 투어 수익성이 북미나 일본보다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의 팬덤 규제 기조 속에서 과거처럼 실물 앨범 공동구매에 의존한 모델은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음원 스트리밍, 디지털 굿즈, 캐릭터·세계관을 활용한 IP 사업 등 수익원 다변화가 병행돼야 할 전망이죠. 중국 젊은 세대의 애국주의 정서와 정치·문화적 민감성이 여전히 강한 만큼, 아티스트의 발언이나 콘텐츠가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가이드라인까지 요구됩니다.

관광 업계는 '숫자'보다 '돈 되는 구조'가 관건입니다. 단체 관광이 풀리면 유입 자체는 늘 수 있지만 곧바로 면세·숙박·외식 매출로 직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건데요. 최근 중국인 방한 트렌드는 개별 여행 비중이 커지고, 쇼핑 일변도에서 미식·로컬 상권·체험형 소비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K팝 공연·페스티벌과 성수동, 한남동 등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로컬 라이프스타일 소비를 묶은 콘텐츠 연계형 고부가 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수혜 폭을 가를 전망이죠.

게임의 경우 판호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데요. 그간 중국 현지 개발사들은 기술력과 운영 역량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시장 자체도 모바일 중심의 고밀도 레드오션으로 재편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과거처럼 'IP가 강하니까 통한다'는 방식이 통하기 어렵고, 중국 이용자 취향을 반영한 현지 전용 콘텐츠와 운영 이벤트, 커뮤니티 관리 등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결합돼야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판호는 일종의 '입장권'일 뿐, 그 안에서 오래 살아남는 게임은 별도의 경쟁력을 요구한다는 얘기입니다.

뷰티·패션은 중국 젊은 층 사이 거센 '궈차오', 즉 애국 소비가 장애물로 꼽히는데요. 이들의 애국 소비는 맹목적인 '국산품 사랑'이 아니라 성분과 가성비 등 제품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죠. 지난해 광군제 기간 중국 이커머스 티몰의 스킨케어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둔 브랜드는 중국 프로야였습니다. 그간 상위권을 차지하던 LG생활건강의 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포함해 한국 브랜드는 2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여기에 정책 변수 역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공연·방송·게임 등 문화 산업은 여론과 정치적 판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역인 만큼, 외교 관계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까지 상존하는 상황이죠.

결국 이번 한한령 완화 국면 역시 K-콘텐츠가 중국 시장에 '복귀'하는 과정이라기보단 중국 로컬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가깝다는 분석인데요. 양적 성장만으로 낙관하기보다는 '질적 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눈 앞의 과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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