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산업의 화두는 비교적 단순했다. 전동화 전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 친환경 정책의 수혜를 얼마나 선점할 수 있는가가 경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5년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자동차 수요는 구조적으로 위축됐고, 완성차 기업들은 성장보다 방어에 가까운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시장별 온도 차이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는 ‘성장의 무대’라기보다 ‘방어의 시장’에 가깝다. 가격 경쟁은 극단적으로 치열해졌고, 자국 브랜드 중심의 시장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해외 브랜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 통계에서 나타나는 성장 수치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제조사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는 여기서 발생한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략 시장이지만, 그 성격 역시 달라졌다. 고수익 시장이라는 본질은 유지되고 있으나, 정책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현지 생산 압박, 관세 리스크, 노조 이슈 등 복합적인 비용 요인이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다변화가 판매량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2025년은 “판매는 유지되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유럽 시장 역시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때 가장 급진적인 정책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던 유럽은, 2025년에 들어서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소비자 부담 증가, 인프라 한계, 에너지 비용 문제 등이 누적되면서 정책과 시장 사이의 간극이 확대됐고, 이는 수요 정체로 이어졌다. 유럽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더 이상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내 자동차산업,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마주한 과제는 단순한 실적 관리 차원을 넘어선다. 이제는 모든 영역에서 선도자가 되는 전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투자는 필요하지만, 수익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전방위 확장 전략은 위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2025년은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은 다시 한 번 선택의 해가 될 것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양적 확대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산 능력 확대나 단순 모델 확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수익성이 검증된 세그먼트와 시장에 집중하고,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둘째, 시장별 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공통 전략이 아니라, 미국·중국·유럽·신흥 시장을 각각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일한 제품과 가격 전략으로 모든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셋째, 기술 경쟁의 방향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술에서 ‘최초’나 ‘최고’를 지향하기보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된 영역과,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는 단기 실적뿐 아니라 중장기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다.
결국 2025년은 자동차산업이 성장의 속도를 내려놓고, 구조를 다시 점검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2026년은 그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이 조정 국면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은 완전히 다른 기업에 넘어갈 수도 있다.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정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