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_조동근 칼럼] 시장 혁신을 가로막는 어둠의 세력들

입력 2026-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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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정치권發 ‘쿠팡의 홈플 인수요구’說
사회적 책임 빌미로 제 발등 찍는 꼴
제도 보완하되 혁신활동은 보호해야

미국의 ‘M7’은 ‘Magnificent Seven’으로 미국 S&P 500 지수 상승을 주도해 온 7개 초대형 테크 기업을 의미한다. M7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이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2025년 12월 15일 기준으로 34.3%이다.

여기서 “미국이 강해서 M7을 배출했는가 아니면 이들 기업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는 미국 부강의 원천을 ‘원인으로서의 미국으로 보느냐 아니면 기업으로 보느냐’의 문제로 치환된다.

“기업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환경이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미국이라는 ‘제도적 토양’이다. 즉 ‘M7의 모국(母國)으로서의 미국’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유망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문화적 환경’을 구축한 것이 미국 부강의 원천인 것이다.

최근 여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쿠팡으로 하여금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하라”는 발언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사회적 책임’ 프레임을 거는 것이다. ‘사회적 피해를 낸 만큼 사회적 책임을 보이는 일환’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라는 것이다.

쿠팡 사건의 본질은 주지하다시피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피해’이다. 그렇다면 왜 정보가 유출되었으며 어떻게 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홈플러스 인수자로 쿠팡’을 끌어드릴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집요하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간 수십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성장의 기반이 된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는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쿠팡은 한국 소비자와 노동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했음에도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와 책임은 제한적이었다”며 “홈플러스를 인수해 국내 고용시장에 기여하고, 생활물품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면 사회적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어르고 달랜다.

더 나아가 시민단체 관계자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큰 상황에서, 홈플러스 인수는 책임경영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쿠팡이 홈플러스 정상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극언(極言)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새벽배송·당일배송이라는 ‘시장의 혁신’은 정체도 분명하지 않은 이현령비현령의 ‘사회적 책임’에 함몰된다. 혁신이 심정지(心停止)되면 그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2015년은 쿠팡과 홈플러스 모두에 의미있는 원년(元年)이다. 사모펀드 MBK는 7조2000억 원이라는 역대급 돈을 쏟아붓고 홈플러스를 열었다. 하지만 인수대금이 너무 높아 출발부터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MBK는 LBO(차입매수)로 홈플러스를 인수했기 때문에 돌려막기에 바빴다. 그들이 발견한 ‘신의 한 수’는 ‘매각 후 재임대(sale and lease back)’ 전략이었다. 돈이 되는 점포를 매각해 인수자금을 회수하고, 그 점포에 세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국을 탈출하기 위해 ‘신발끈’을 미리 매고 경영하다가 인수 10년이 지난 2025년에 사실상 도산한 것이다.

반면 쿠팡은 같은 2015년에 ‘온라인과 새벽배송’에 눈을 떴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짓고 콜드체인 구축에 온 힘을 쏟았다. 2018년에는 ‘1조1000억’이라는 적자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일 배송과 새벽배송’이라는 시장혁신을 통해 2021년 3월 뉴욕시장에 상장됐다.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 자본시장이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쿠팡은 ‘중국인’으로 지목되는 내부자에게 막대한 양의 고객정보를 털렸다. 허를 찔린 것이다. 차제에 보안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시스템적으로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대신 ‘처벌을 각오하라’는 식의 접근은 ‘목욕물 대신 아이를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프트 패치를 붙여야지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것이다.

쿠팡은 경쟁력으로 알리바바와 테무를 압도했다. 경제 변수 아닌 정치적 변수로 쿠팡에 제한을 가한다면 혁신을 질식시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쿠팡의 10년 인프라를 초토화시키고 중국기업에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미국의 번영은 혁신을 제도적으로 보호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걷어차는 어둠의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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