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경제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을 이런저런 이유로 비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를 보면 최근 한은이 돈을 마구 풀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화값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과 부동산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논리다. 한발 더 나아가 막대한 돈을 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 금리가 오히려 상승(채권 가격 하락)해 한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 내용 중 일부는 동의하고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맞지 않는다. 그중 하나만 지적하면 한은이 이달 9일 국고채 단순매입을 통해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영구히 시장에 풀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국내 통화 유통속도인 통화승수 14배를 곱해 이번 단순매입으로 2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풀게 됐다는 것이다. 한은이 없던 돈을 새로 찍어 시장에 공급하니 ‘고성능 신규자금’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거짓이 많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은 단순매입이 뭐고, 왜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이 내용은 다소 어려울지 모른다. 일부 유튜버들이 노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금융 개념을 왜곡하거나 숨김으로써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거나 진영논리에 빠뜨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우선,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한은이 유통시장에서 국고채를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영구적으로 돈을 푼 게 아니라 사들인 국고채 종목의 만기까지만 시장에 돈을 푼 것이다.
한은이 단순매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시중의 단기자금 규모를 필요에 따라 옥죄거나 풀거나 하는 등 조절하기 위한 용도다. 이를 전문용어로 공개시장운영이라 한다. 이 수단 중 하나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매입 혹은 매각)인데, 통상 7일이나 14일간 한은이 시장으로부터 돈을 흡수하거나(매각) 푸는(매입) 것이다. 이때 돈을 받는 쪽에서 주는 쪽에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은은 단순매입을 통해 RP 매매 시 담보로 제공할 채권을 확보한다.
또 다른 이유는 시장 안정용이다. 말 그대로 채권시장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은이 국고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담보채 확보를 위한 단순매입과 다른 점은 채권 금리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표물이나 국채선물 최종결제기준 채권을 주로 산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발발 이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4번의 단순매입 중 12번 정도가 이런 목적이었다.
이달 한은 단순매입은 2022년 9월 이후 3년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달 10일 국고채 만기도래분까지 합하면 이 기간 한은이 단순매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으로부터 회수한 금액만 10조6400억 원에 달한다. 유튜버들 논리라면 148조9600억 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을 한은이 빨아들인 것이다. 그간 149조 원을 흡수한 것은 쏙 빼고 21조 원을 풀었다는 논리만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한은은 이번 단순매입과 관련해 RP 매매를 위한 담보채 확보용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과 맞물려 시장안정용 단순매입을 기대했던 채권시장으로서는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었다. 한은이 돈을 풀었지만 채권금리가 상승한 가장 큰 이유다.
어느 경제 유튜버가 이런 논리를 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많은 경제 유튜버들이 사실상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하듯 같은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어렵고 복잡하다고 해서 눈 감고 아웅하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겠다. kimnh21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