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찾는 제약사, 신약 넘어 ‘디지털 치료제’ 베팅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전통 제약사들의 사업 영역이 신약 개발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로 확대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로 손을 뻗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을 예방·관리하거나 치료 효과를 제공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일컫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 알고리즘, 게임·인지훈련 프로그램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행동과 생리 반응을 개선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치료 효과가 입증된 제품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정을 받는다.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을 먼저 눈여겨본 제약사 중 하나가 한독이다. 한독은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에 30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웰트의 ‘슬립큐’는 2023년 12월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처방되고 있다.

슬립큐는 기존에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구현했다. 환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면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으로 수면 제한, 자극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요법, 수면 위생 교육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국제표준 정보보호 관리체계인 ISO27001 인증을 획득하면서 환자 정보를 포함한 중요 데이터를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공식 입증하기도 했다.

종근당은 에스알파테라퓨틱스와 손잡았다. 소아근시 억제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SAT-001’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올해 9월 체결했다. 사업 모델 구축 및 국내 판권과 관련해 협력하는 한편 해외 판권 확보를 논의하고, 공동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는 등 단계적으로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한단 구상이다.

SAT-001은 어린이의 근시 진행을 늦추기 위한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눈 움직임을 추적해 게임을 진행하고 보상을 받는 등 흥미를 유발하는 구조로 개발됐다. 식약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확증임상을 마치고 결과 분석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의 협력 대신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식약처 허가를 신청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융합해 근력·운동 수행능력 향상, 체중 감소 보조, 생활습관 개선 등 통합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내년 1분기 임상 신청이 목표다.

비만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한미약품이 가동하는 ‘라이프 사이클 매니지먼트(Life Cycle Management)’의 전략의 일환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를 확대하고 비만·대사관리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구축해 시장성을 확보한단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치료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인공지능·웨어러블 기술의 진화와 각국의 제도 정비도 이런 성장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95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27.8% 성장해 325억 달러(약 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