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高환율이 불러올 물가상승 대비해야

입력 2025-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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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7월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수개월 사이 큰 폭 상승하면서 다시 연고점인 148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1500원을 넘보는 환율 레벨도 부담이지만 상승 속도 역시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로, 파운드 등 주요 선진 통화에 비해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달러 대비로도 힘을 쓰지 못하는 원화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연상하기도 한다. 외환 위기 당시 순식간에 달러당 20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 급등 기억이 있기에, 그런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당시의 고환율을 지금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외순채권국 … 외환위기 때와 다르지만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자본 유출에 의해 촉발되었다. 국내 외화 부채가 많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국내 수출 성장이 부진해지고, 이에 외국인 자본이 빠른 속도로 국내에서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그리고 이런 환율 급등은 상당한 달러 단기 부채를 갖고 있던 국내 기업들에 큰 충격을 주었고, 외환 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상승은 당시와는 궤를 달리한다. 외국인들의 자본 유출보다는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국내 투자 주체, 즉 국민연금 등의 대형 기금이나 기업 및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자본 유출로 떠난 자금은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자들의 대외자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국은 2014년부터 대외순채권국이 되었는데, 달러 표시 부채보다 자산이 많아진 바, 환율의 급등 상황에서 달러 부채로 인한 충격도 존재하겠지만, 해외 자산 가치 상승의 효과도 함께 받게 된다.

또한 해외 자산 보유 과정에서 해외 주식 채권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 혹은 배당 소득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해외로부터의 달러 유입 요인이 된다. 실제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08년 금융 위기, 혹은 2022년의 레고 랜드 사태 당시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이 과거와 같은 국가 부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해도 그 자체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서 잠시 멈춰서면서 인하 및 동결에 대한 금융통화위원들 의견이 3:3으로 팽팽하게 나뉘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환율 상승을 제시했는데, 환율 급등 기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외국인의 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으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현 수준의 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게 되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2%대 중반까지 상승하며 물가 목표치인 2.0%를 지속 상회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 경우 실물 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되는데 서민 경제 입장에서는 고환율로 인해 물가 상승 및 금리 인하 제한이라는 악재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주체들 간 양극화 확대 ‘부담’

또한 환율 상승은 달러 자산을 보유한 기업 혹은 개인에게는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 긍정적이지만, 달러 자산 비중이 매우 낮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치명적 악재로 작용한다. 결국 환율 상승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국내 경제 주체들 간의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외환 위기의 시각으로 환율의 상승을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이 다른 시각에서 과도한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 및 양극화의 관점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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