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경제 타고 양극화 심화돼
주가·실물경기 동반하락 경계를

“경제는 안 좋은데 자산시장만 뜨거워요.” 이른바 경기와 자산가격 괴리에 대해 많은 투자자사 품고 있는 의문이다. 최근 미국도 고용이 계속 식고 있지만 주가는 3년 연속 쉬지 않고 오르고 있고, 우리나라도 경제에 활력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코스피는 연초 대비 70% 가까이 올라 있다.
나라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이라면 너나 할 거 없이 돈을 많이 풀었고 그 돈들이 실물경제보다는 자산시장에서 더 많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제는 자산가격이 모두 비싸져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시장이 크게 널뛰기 쉽다. 그런데 어쩌면 이러한 변동성은 이제 당연한 현상(뉴노멀)인지도 모른다. 특히 다음과 같은 뿌리 깊은 요인들로 인해 K자형 경기는 더 고착화될 것이고 증시에서도 거품이 형성되고 또 그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첫째는 어느 나라나 산업구조의 변화로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노동에서 자본투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가령 한국의 경우, 최종 수요 10억 원이 일으키는 고용이 2005년 16.5명에서 최근엔 8.2명으로 크게 줄었다. 미국도 일자리 수 증가보다는 기업이익이 훨씬 더 빨리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기업이익 비중이 2008년 5.3%에서 지금은 11%로 상승했다. 이는 국민경제가 만든 부(wealth)가 가계보다는 기업과 주주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둘째로 인공지능(AI)의 발전은 K자형 경기를 더욱 굳히는 요인이다. 최근 투자도 전 산업에 걸쳐 고르게 일어나기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혁신산업에 쏠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상위 4개 빅테크 기업이 전체 AI 투자의 80%를 점하고 있고 7개 빅테크(M7)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전체 증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증시도 반도체와 몇몇 잘 나가는 자동차, 조선, 방산, 바이오 등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수출기업이 국가 전체 고용과 소비 상황을 다 반영하지 못하기에 앞으로도 주가와 체감경기 간의 괴리는 클 수밖에 없다.
셋째는 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지원도 산업별 명암을 가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예전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나 건설 쪽에 정부의 재정 지출이 집중됐다면 지금은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중요한 AI, 로봇, 항공우주, 자율시스템에 정부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령 미국 정부는 노후화된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AI 인프라 구축에 진심인데, 향후 4년간 민관이 함께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새로운 스타 게이트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도 예전처럼 토목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의 이유들로 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와 주식시장 간에 온도 차이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따금 K자형 경기가 정상화되고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좁혀지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장기간 눌려 있던 산업이 좋아지기보다는 잘나가는 쪽이 일시 위축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또 AI 투자가 과열돼 잠시 숨 고르기 과정을 겪을 경우, 주가가 흔들리고 소비 등 실물경기를 끌고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꼬리(자산시장)가 몸통(실물경기)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물과 자산가격 간에 간극이 더 벌어질수록 시장이 치러야 할 비용도 비례해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은 냉정하며 경제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