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中企 ‘ESG 경영’은 선택 아닌 생존전략

입력 2025-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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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前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EU 내년부터 탄소국경제 본격 시행
정부 컨설팅 활용해 규제 대응하고
기업 목적 연계한 실행전략 병행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둘러싼 최근 국제적 분위기는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미국에서는 ESG 관련 일부 규제가 지연되거나 수정되면서 이를 정치적 이슈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고, 여러 국가들에서 ESG가 과도한 기업 부담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흐름만 보면 ESG가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잃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ESG가 정치적 논란과 무관하게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의 규칙으로 자리 잡았고, 규제는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제도화되고, 본격 시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 실사법(DD),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ESG 규제가 다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기후공시제도 시행 준비 등을 통해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ESG 공시와 평가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ESG 규제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EU는 CSRD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2028년부터는 EU와 거래하는 해외기업에도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 중소기업이 유럽 바이어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ESG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2026년부터는 CBAM 본격 시행을 통해 EU 수입업자에게 탄소비용이 실제 부과된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주요 수출 업종의 중소기업은 탄소 배출량 산정과 보고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공급망 실사 의무 역시 강화되면서, 협력사의 환경·인권 리스크가 곧 기업의 리스크가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ESG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G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렵고, 보고서 작성이나 인증 비용은 부담이 된다. 국제 규범은 빠르게 변화하고, 업종별 요구사항도 달라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정보의 양과 복잡성이 상당하다. 대기업이 협력사 ESG 평가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은 ESG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 산정이나 안전·인권 데이터 관리 등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나 중소기업은 이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중소기업은 ESG를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ESG’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업종과 규모에 맞는 핵심 리스크 중심의 ESG 최소 요건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며,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ESG 컨설팅, 탄소 배출량 산정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 대응책이다. 대기업도 공급망에 참여하는 협력사의 ESG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과 평가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초기에는 간단한 체크리스트 기반의 관리부터 시작해 점차 데이터 기반의 ESG 체계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은 ESG를 규제 대응과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SG 관련 ‘활동 실적’을 단순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본업과 연결된 ‘차별적인’ 전략적 ESG를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미션과 고유 사업영역에 적합하고 실제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ESG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탄소 감축, 안전사고 감소, 지역사회 고용 창출 및 사회공헌 등 실제 성과를 측정하고 공개하는 ‘임팩트 중심 ESG’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고객, 직원, 협력사, 투자자, 지역사회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세분화하고, 각 집단의 요구를 ESG 전략에 반영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또한 제조업, 정보기술(IT), 유통업 등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ESG 전략을 실행하여, 이를 새로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의 활용을 통해 ESG 경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공급망 리스크 조기 감지나 ESG 임팩트 정량화 과정은 AI 활용을 통해 더 정교하게 수행될 수 있다.

ESG 경영은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동시에 미래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다. 글로벌 규제 강화, 공급망 압력,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의 흐름은 ESG를 기업 경영의 기본 규칙으로 만들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ESG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중소기업은 ESG를 통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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