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인근 재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운4구역 주민들이 20년 넘게 기다려온 개발 방해를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통해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 주민들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내고 “세운4구역 개발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묘 보존을 이유로 정쟁만 지속하며 세운4구역 주민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정부와 국가유산청의 행위에 참담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라는 정치판 싸움에 4구역이 억울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정부와 국가유산청은 4구역을 더 이상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지 마시고 이제라도 주민들의 민생을 챙겨 달라”고 말했다.
세운지구는 노후화로 개발이 추진됐지만 사업이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말 세운4구역 고도 제한을 종로변 55m에서 98.7m로, 청계천변 71.9m에서 141.9m로 각각 완화하는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하며 사업성을 높여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의 개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선정릉 주변 지역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강남의 선정릉도 세계문화유산인데 선정릉의 250m 지점에는 151m 높이의 포스코센터빌딩과 154m의 DB금융센터빌딩이 있다. 약 500~600m 지점에는 227m의 초고층 빌딩인 무역센터빌딩이 있다”며 “이들 건물 때문에 선정릉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의 우려가 있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종묘에서 세운4구역은 600m 떨어져 있다. 강남의 선정릉은 문제없는데 강북의 종묘는 문제냐”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 행정에 일관성이 떨어진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유산청은 2017년 1월 문화재청 고시를 통해 ‘세운지구는 문화재청의 별도 심의를 받음’ 조항을 삭제했다. 2023년 세운4구역 문화재 심의 질의회신을 통해 ‘세운4구역은 문화재청의 협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며 “이에 따라 우리 주민들은 재정비촉진계획변경을 추진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금과 같이 정부와 국가유산청이 민생을 돌보지 않고 정쟁만을 계속할 경우 주민들은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에 즉시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