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분기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 ‘불장’이 펼쳐졌지만 일부 증권사는 끝내 단 한 건의 IPO 대표주관 실적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슈퍼 이어(Super Year)’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부터 이날까지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스팩·리츠 제외)은 15개사로 집계됐다. 9월 에스투더블유를 시작으로 공모 절차를 재개하는 종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동안 신규 상장이 뜸하던 공모주 시장이 4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분주해진 모습이다. 이들의 상장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129.6%로, 직전 분기(7~9월) 평균 수익률(47%)의 약 세 배에 달하며 흥행세를 키웠다.
공모주 시장 열기와 달리 증권사별 IPO 대표주관 실적은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 등은 올해 일반기업 IPO 단독 대표주관 실적이 전무(스팩·공동주관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알트)과 DB금융(아스테라시스)은 대표주관 실적이 각각 1건에 그쳤다.
대표주관 공백이 길어지자 일부 증권사들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나 타 증권사와의 공동주관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페스카로 상장에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로 참여했고, 한화플러스제6호스팩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지난달 청구했다. 교보증권 역시 다수의 스팩 상장 및 합병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고 있다.
문제는 스팩과 공동주관만으로는 IPO 부문 실적을 온전히 채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기업 대표주관과 비교하면 수수료 규모나 시장 인지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이들 하우스가 스팩과 공동주관 위주로 몸집을 불릴 경우 대표주관 기준 실적은 0건 또는 한 자릿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 IPO 딜 상당수를 이미 빅하우스들이 선점하면서 중소형사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LS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3조 원대로 거론되는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 기대주로 꼽히는 무신사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올해 대표주관 '제로' 하우스 가운데 내년 일반기업 IPO 성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곳은 유진투자증권 정도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모로보틱스 거래(딜)에서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것 외에,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주관사로 선정돼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 등은 스팩 관련 딜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대차증권은 아센텍과의 대표주관 계약 등으로 ‘잠재 딜’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예비심사 청구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IPO 시장이 호황이더라도 리그테이블 상단은 대형 딜을 독식한 빅하우스가 차지하고, 하단은 중소형사가 차지하는 양극화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