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올리고 밸류업 운운은 모순
文 정부 저성장 보고도 반복하나

국회는 12월 2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법인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예산부수법안 16건을 의결했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 규모는 역대 최대인 728조원이다. 단연 주목받은 것은 ‘법인세 인상’이다. 내년부터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1%p 일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으로 추후 5년 기업의 법인세 추가 부담분은 18조4820억원으로 추정된다. 20조원 규모의 법인세를 기업들이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았으면 ‘민간으로 흘러 들어갈’ 20조 원이었을 것이다. 결국 ‘1원이 누구에게 귀착되는 것’이 국민경제적으로 더 생산적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정부 비대화’는 답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큰 정부론’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부 시즌 2’이다. 역사 경험만큼 엄중한 스승은 없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부는 ‘증세와 최저임금인상’이라는 2개의 버킷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여세를 몰아 문재인 정부는 그해 연말에 숙원 사업을 풀었다.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창과 칼’을 양손에 쥐었으니 경제는 날개를 달았어야 했다. 하지만 2018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2.7%)은 미국(2.9%) 보다 0.2%p 낮았다.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하는 동안 트럼프정부는 레이건 이후 31년 만에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엇갈린 길을 간 것이 한미간 성장률 역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낙인찍고 법인세율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OECD 국가 중 7위이고, OECD 평균 21.5%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그리고 2016년 기준 우리나라 GDP대비 법인세수의 비중(3.6%)도 OECD 평균(2.8%)을 크게 웃돌아 법인세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저성장’은 법인세 인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인세율을 1%p 낮춰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낮췄다. 하지만 이번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상으로 문재인 정부로 되돌아간 것이다. 좌파정부가 법인세율 인상에 목숨을 거는 것은,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오독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구윤철 장관은 “우리나라 법인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와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나라 법인세가 2022년 약 100조 원에서 2024년 60조 원으로 40%나 빠져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번 법인세 인상은 사실상 그의 발언에 의해 촉발되었다. 하지만 그의 현실 인식과 정책해석은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6.4%로 38개국 중 11위를 기록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국가 평균 세율(23.9%)보다도 높다. 경제 규모를 감안한 법인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우리나라가 3.6%로 주요 7개국(G7) 평균(2.4%)과 OECD 평균(3.5%)을 모두 웃돌았다.
2024년 법인세 급감은 법인세율과 무관하다.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 실적에 기반해 부과되는바 2023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2024년 납부 세액이 급감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일회성 세수 부족을 낮은 법인세율에 견강부회 식으로 갖다 붙인 것이다.
세계 각국이 큰 틀에서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간명하다. 세수 결손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법인세 부담이 낮아지면 근로자에 대해 급여를 올려줄 수 있고 주주에 대한 배당 여력도 커진다. 협력업체에게 납품단가를 넉넉하게 쳐준다면 협력업체 직원의 급여도 오를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로 ‘자본사용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투자가 촉진되어 경기를 자극할 수 있다. 법인세율 인하는 ‘국가가 민간기업에 배당을 주는 것’으로 의제할 수 있다. 민주당은 배당을 늘려 ‘밸류업’ 하겠다면서 법인세율은 거꾸로 높이겠다고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은 철새와 같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전 세계가 기업 투자 유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법인세 인상을 고집했다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