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팩토리, 인슈어테크로 '흑자 실적' 일반상장 시험대

(해빗팩토리)

해빗팩토리가 2027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나섰다. 설립 이후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 사업을 축으로 대출·연금·가계부 서비스와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 사업까지 외형을 키워온 만큼, 코스닥 일반상장 트랙을 택한 첫 대형 인슈어테크 기업공개(IPO) 후보로 시장 관심이 쏠린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해빗팩토리는 최근 삼성증권과 KB증권을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내후년으로, 회사는 지난 8월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하며 속도를 냈다.

주목되는 점은 해빗팩토리가 특례상장이 아닌 수익성과 재무지표를 기반으로 한 일반상장 트랙을 택했다는 점이다. 앞서 인슈어테크 1호 상장사인 아이지넷이 사업모델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일반상장은 최근 실적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비교적 높은 대신, 상장 이후 공모가와 실질 기업가치 간 괴리에 따른 '특례 프리미엄' 조정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아이지넷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7000원) 대비 38% 가량 하락하며 부진한 출발을 보인 뒤 이달 기준 190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해빗팩토리가 일반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내외에 걸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2016년 가계부 앱으로 시작한 회사는 2018년 보험 비교·추천 앱 '시그널플래너'를 출시하면서 데이터 기반 개인 금융관리 서비스를 키워왔다. 현재 국내 주력 서비스는 시그널플래너를 비롯해 △보험 설계사 업무 효율화 솔루션 '시그널플로우'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 '시그널파이낸셜랩' 등이다. 2021년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하고, 지난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혁신금융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규제 인가·신사업 측면에서도 외연을 넓혀 왔다. 해외에서는 미국 법인 '해빗팩토리 USA'를 축으로 모기지 전문은행 사업을 전개 중이며,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보험 및 모기지 분야를 중심으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실적 측면에서도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뤄낸 점이 핵심 무기다. 2022년 수수료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한 후 이듬해에는 매출 127억 원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매출 21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올해 1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 94억 원 수준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억 원 가량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투자 유치 이력도 탄탄하다. 설립 후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온 해빗팩토리는 2021년 시리즈B 라운드에서 100억 원을 조달한 데 이어 2023년 11월 뮤렉스파트너스·신한벤처투자·KB인베스트먼트·한국성장금융·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06억 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어 올해 10월에는 국내외 신규·기존 투자자가 참여한 시리즈D 라운드에서 35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하며 누적 투자금 694억 원을 기록했다. 당초 해빗팩토리가 목표한 금액은 150억 원이었으나,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빗팩토리가 내후년 예정대로 코스닥에 입성해 실적 기반 일반상장에 성공할 경우, 인슈어테크·핀테크 기업들의 상장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을 두고 '성장은 빠르지만 적자가 길게 이어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해빗팩토리는 흑자 구조를 확보한 뒤 상장에 나서는 흐름을 만들고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빗팩토리처럼 상장 후 밸류에이션 조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손익구조를 어느 정도 증명한 뒤 상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